경찰, 박진섭 사장-전문위원-비서실 여직원 채용 논란 타깃




서울에너지공사가 23일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낯빛은 시종 어두웠다.

창립 행사 불과 사흘전인 지난 20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터라 마냥 기꺼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공사 사무실과 사장실에 들이닥쳐 인사 관련 서류와 장부들을 모두 압수해 갔다.

박진섭 에너지공사 사장은 물론  박 사장이 위촉한 공사 전문위원 A씨의 위촉 경위, 비서실 여직원 채용 과정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제 막 출발을 시작하는 공사의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 밖에 없었다. 한쪽에선 창립 행사를 준비하고 다른 쪽에선 경찰 수사에 대비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잡음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이른바‘코드인사’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김광수 서울시의원은 “정신을 못 차린 결과”라며 강한 어조로 서울시와 공사를 양쪽을 비판했다.

박진섭 사장은 초기 선임 과정부터 논란이 됐다. 박원순 시장과의 친분에 따라 사전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 일었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 사장은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에 전문위원으로 들어왔다가 단장에 이어 독립 기관으로 출범하는 에너지공사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당시 서울시의회 한명희 의원은 “사장후보자 채점표(평가표)를 봤더니 응모자 2명의 면접점수를 한 명에게는 만점, 다른 한 명에게는 24점을 주는 등 편차가 엄청 심했다”고 폭로했었다. 그는 “누가 봐도 면접이 특정인을 세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질책했다.

간신히 청문회를 통과한 박 사장에게는 또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사학위 취득예정자를 연구원(계약직 3급)으로 채용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박 사장과 같은 시민단체에서 일했던 후배를 채용하기 위해 편법(근무가능일 위반)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비전만 있지 구체적인 계획은 결여돼 있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실제 경찰은 공사 전문위원 A씨가 박 사장과 독일에서 함께 수학한 지인이었고, 최근 채용된 비서 B씨의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사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시 녹색에너지과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 일단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적법한 기준 하에 채용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코드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인사 청문위원 등으로 참여했던 김광수 의원은 "사실 인선 과정만 빼면 공사의 발족 과정에서의 큰 문제는 없었다"며 "여러차례 지적한 인사 문제를 서울시가 무시하며 인선을 강행했다"고 허탈해했다.

김 의원은 “4년여에 걸쳐 공사 설립에 참여했다”며 “(인선을) 최종 낙점한 사람이 누구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선 강행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공사를 둘러싼 이번 인사 잡음과 관련해 “박 시장에게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결국 (박 시장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사 측에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이렇다 할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