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 발굴-장기 투자-M&A' 등 사업 경쟁력 하락 걱정이사회 중심 '계열사별 경영체제'…투명성 확대 '선진경영' 호평도


  •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와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 전환을 선포하면서 재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인사나 투자를 전담할 콘트롤타워가 사라져 단기적 경영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와 투명한 경영이 가능해져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2일 재계는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쇄신안 발표에 대해 "대부분 예상했던 내용이지만 생각보다 신속하게 발표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28일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전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날 "특검이 삼성 관계자 5명을 일괄 기소했다. 모든 책임이 미래전략실에 있음을 통감하고 완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0개 계열사를 이끌던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기대와 함께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경영 쇄신안을 통해 정경유착 고리를 원천차단할 수 있다는 기대와 콘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걱정하는 우려다.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수뇌부 5명이 기소된 상황에서 미전실까지 해체되면서 단기적 경영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핵심 임원 9명의 갑작스러운 퇴임은 계열사간 협력과 함께 현안을 풀어가는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특히 법적근거가 모호한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장기적인 미래먹거리 확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대그룹 한 관계자는 "계열사 대부분이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삼성의 60개 계열사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한 단기적 경영이 장기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 역시 "부실 계열사에 대한 관리 등 경영 효율화와 신규 채용 규모 축소, 사회공헌활동 위축 등 부수적인 악영향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계열사간 협력이 필요한 미래사업 발굴에서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및 M&A가 사라져 결국 경쟁력 약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대적인 쇄신안을 통해 삼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그동안 밀실 경영의 상징으로 비판받아온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투명성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전체에 대한 이사회 권한을 강화할 뜻을 밝힘에 따라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 전환은 예고된 시나리오였다는 평가다. 여기에 삼성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발표한 외부 출연금 및 기부금에 대한 쇄신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58년간 이어 온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해체되면서 단기적인 혼란과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 투명성이 재고돼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계열사별 자율경영은 선진 경영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계열사의 의사결정 판단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이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를 강화함에 따라 핵심 계열사들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변신해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제조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화재, 증권, 카드를 포함한 지주사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흡수할 경우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과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