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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관련 3차 공판에서 롯데피에스넷의 ATM기 제작업체 선정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기공을 끼워넣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2차 공판 당시 장영환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의 증언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는 5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이날 공판은 증인신문으로 진행됐고, 2008년 10월 당시 신동빈 회장에게 롯데기공의 ATM 제작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선국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앞서 2차 공판에서 장 전 대표는 2008년 10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롯데피에스넷이 롯데그룹 외부 업체에 ATM 제작을 맡기는 계획을 신 회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롯데기공 사업이 어려운데 ATM 제작을 맡길 수 없냐"는 의견을 냈다고 증언했다.
당시 김 전 부장이 단기간에 ATM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정책본부 국제실장이었던 황각규 사장이 김 전 부장과 장 전 대표를 불러내 재차 롯데기공을 도와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부장은 장 전 대표와 다른 증언을 내놨다. 김 전 부장은 "당시 신 회장이 롯데기공이 ATM을 제작할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은 있지만 "롯데기공이 재정적으로 어렵다. 롯데기공을 도와줄 수 없느냐"는 취지의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롯데기공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사실도 언론에 워크아웃 된다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의 물음에 어떻게 답했는지 묻는 검찰 측에 김 전 부장은 "그 자리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검토해보겠습니다'뿐이었고, 신 회장도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황 사장의 "롯데기공을 도와달라"는 말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그는 "그런 적 없다"면서 "보고가 잘 됐다. 앞으로 잘 해봐라"는 격려를 해줬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롯데기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장은 이날 '롯데피에스넷-롯데기공-네오아이피씨'로 이어지는 ATM제작·구매 과정에서 롯데기공이 아무 한 일 없이 이득만 취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도 반박했다.
신 회장 측이 1차 공판에서 "롯데기공이 당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이익을 챙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김 전 부장은 "롯데기공은 ATM 디자인에 참여했다. 특히 색상 맞추는 부분에 집중했다"면서 "롯데의 컬러가 빨강인데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어 철판 컬러링 경험이 많은 롯데기공이 이 부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밴(VAN) 업체가 ATM을 롯데기공과 같이 중간에 걸쳐 구매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우리는 완제품을 구매한 게 아니라, 제작·구매한 것이라 사례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롯데기공을 살리기 위해 ATM 제작을 맡기려다 기술력이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ATM 구매 과정을 롯데기공이 중개하게 해 39억3000여만원의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현위원장 등 피고인 4명이 모두 참석했다. 롯데그룹 배임 관련 4차 공판은 오는 10일 진행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출석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