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판때 장영환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와 상반된 증언"롯데기공이 ATM 디자인·컬러링에 참여했다"
  • ▲ 지난달 20일 롯데일가 첫 공판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 ⓒ뉴데일리
    ▲ 지난달 20일 롯데일가 첫 공판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 ⓒ뉴데일리

     

    롯데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관련 3차 공판에서 롯데피에스넷의 ATM기 제작업체 선정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기공을 끼워넣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2차 공판 당시 장영환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의 증언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는 5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증인신문으로 진행됐고, 2008년 10월 당시 신동빈 회장에게 롯데기공의 ATM 제작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선국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앞서 2차 공판에서 장 전 대표는 2008년 10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롯데피에스넷이 롯데그룹 외부 업체에 ATM 제작을 맡기는 계획을 신 회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롯데기공 사업이 어려운데 ATM 제작을 맡길 수 없냐"는 의견을 냈다고 증언했다.


    당시 김 전 부장이 단기간에 ATM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정책본부 국제실장이었던 황각규 사장이 김 전 부장과 장 전 대표를 불러내 재차 롯데기공을 도와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부장은 장 전 대표와 다른 증언을 내놨다. 김 전 부장은 "당시 신 회장이 롯데기공이 ATM을 제작할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은 있지만 "롯데기공이 재정적으로 어렵다. 롯데기공을 도와줄 수 없느냐"는 취지의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롯데기공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사실도 언론에 워크아웃 된다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의 물음에 어떻게 답했는지 묻는 검찰 측에 김 전 부장은 "그 자리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검토해보겠습니다'뿐이었고, 신 회장도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황 사장의 "롯데기공을 도와달라"는 말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그는 "그런 적 없다"면서 "보고가 잘 됐다. 앞으로 잘 해봐라"는 격려를 해줬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롯데기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장은 이날 '롯데피에스넷-롯데기공-네오아이피씨'로 이어지는 ATM제작·구매 과정에서 롯데기공이 아무 한 일 없이 이득만 취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도 반박했다.


    신 회장 측이 1차 공판에서 "롯데기공이 당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이익을 챙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김 전 부장은 "롯데기공은 ATM 디자인에 참여했다. 특히 색상 맞추는 부분에 집중했다"면서 "롯데의 컬러가 빨강인데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어 철판 컬러링 경험이 많은 롯데기공이 이 부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밴(VAN) 업체가 ATM을 롯데기공과 같이 중간에 걸쳐 구매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우리는 완제품을 구매한 게 아니라, 제작·구매한 것이라 사례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롯데기공을 살리기 위해 ATM 제작을 맡기려다 기술력이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ATM 구매 과정을 롯데기공이 중개하게 해 39억3000여만원의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현위원장 등 피고인 4명이 모두 참석했다. 롯데그룹 배임 관련 4차 공판은 오는 10일 진행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출석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