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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5차 공판에서 롯데피에스넷의 계속된 유상증자는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또 검찰 측 증인 심문 과정에서 비슷한 질문이 계속되자 판사가 제지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1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5차 공판에서 롯데피에스넷이 ATM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당시 은행 제휴 업무를 담당했던 권모 마케팅운영부문장에 대한 증인 심문을 진행했다.
2004년부터 케이아이비넷에서 근무한 권 부문장은 대전지사를 총괄하며 ATM기 운영관리를 하다가 사업이 확장되면서 서울 본사에서 은행 제휴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케이아이비넷은 케이아이뱅크로 분할됐고, 2008년 롯데가 케이아이뱅크를 인수하면서 현 롯데피에스넷으로 사명을 바꿨다.
검찰은 롯데피에스넷이 ATM 사업을 확장한 이유와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ATM 설치 대수를 늘려 영업 적자를 일으킨 배경, 거듭된 유상증자로 그룹 계열사의 돈을 지원받은 정황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측은 "롯데피에스넷은 ATM 기반의 금융 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권 부문장은 "롯데가 케이아이뱅크를 인수한 배경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ATM을 기반으로 롯데가 인터넷은행 사업을 하지 위해 이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 측에 따르면 2012년 유상증자 당시 롯데피에스넷은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고 영업실적이 부진했다. ATM이 고가인데 2010년, 2011년이 지나도 은행과의 업무제휴가 제대로 체결되지 않아 적자가 지속되는 등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은행 업무제휴를 무리해서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권 부문장은 "롯데피에스넷 사업 시작할 때 정확한 ATM 설치 대수를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편의점이 한국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했다. 편의점을 기반으로 ATM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피에스넷 대표가 장영환에서 김선국으로 바뀔 때 ATM 사업 확장 이유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롯데가 인터넷은행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케이아이뱅크를 인수했다고 해서 ATM 영업을 활발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첨언했다.
권 부문장은 롯데피에스타의 2012년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편의점에 ATM을 많이 설치해서 투자비용이 필요했고, 설치대수와 비례해서 매출액도 늘어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회사가 자본잠식이 예상됐는데 ATM기를 늘리려는 판단을 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도 "편의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고, 그곳에 ATM을 설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유상증자 당시 2014년 회사의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좋지 않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신규영업을 하지 못하게 돼 실패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2013년 유상증자는 불미스러웠던 일들이 마무리 되면서 다시 영업을 시작하기 위한 발판이었고, 2015년 유상증자는 인터넷은행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망이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권 부문장의 이 같은 증언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에 유상증자를 통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낸 것은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편의점 ATM 설치 확대, 신사업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는 증언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권 부문장은 신 회장 변호인 측의 반대 심문에서 "아직 ATM이 설치되지 않은 편의점도 2500여개에 달하고 인터넷은행이 되면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회사 상황이 굉장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부문장의 일관된 증언이 이어지자 검찰 측은 롯데피에스넷의 은행 제휴 실적을 거듭 거론, 개선방안이나 유상증자가 늦어진 이유 등 재판과 다소 거리가 있는 질문을 이어갔다.
상황이 반복되자 재판부가 나서 검찰 측 심문을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아는 사실을 다 말하고 있는 데도 원하는 답변이 안나오니까 계속 질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에서 "묻는 부분과 다른 얘기만 해서 그렇다"고 답하자, "묻는 게 비슷하니까 증인은 다른 답변을 원하는 줄 알고 답변하는 것"이라며 "전제한 뒤 질문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만 더 질문하겠다"는 검찰 측에 재판부는 "하지마세요"라고 일축했다. 이어 "필요한 질문이라면 나중에 하라. 검찰 측에 시간 많이 주고 있다. 정도는 지켜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