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고속도로 요금 인하·단계적 무료화할 것"통행료로 도로 건설·적자 노선 운영… 선심성 공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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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고속도로 무료화 공약과 관련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흑자 노선 통행료로 적자 노선 운영을 충당하는 현실에서 선심성 공약에 난감하다는 눈치다.
문 후보는 지난 16일 대중교통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와 무료 구간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문 후보는 "우리나라 도로 통행료 책정은 비효율적인 주행거리 요금부과 방식이어서 길이 꽉 막혀도 똑같은 통행료를 내야 한다"며 "우리도 통행료 없는 프리웨이 시대를 열 때가 됐다. 요금을 내리고 단계적으로 무료화로 가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범적으로 동해선 삼척~속초 구간과 광주대구선 담양~해인사 구간을 무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명절에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재정고속도로 운영을 담당하는 도로공사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통행료는 도로공사 수입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고속도로 무료화는 수입금 감소를 의미한다.
도로공사의 통행료 수입은 2014년 3조4794억원, 2015년 3조6725억원, 지난해 4조441억원쯤이다.
노선별로는 지난해 경부선 1조44억원, 영동선 4090억원, 서해안선 3356억원 등의 순으로 통행료가 많이 걷혔다.
문 후보가 무료화를 제시한 동해선은 이용 차량이 많지 않아 지난해 324억원, 광주대구선은 무안광주 고속도로를 포함해 809억원을 징수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문 후보 공약이 실현된다고 가정하면 도로공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0억원쯤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통행료 무료화가 도로공사의 수입 감소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재정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는 통합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통합채산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를 노선별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고 모든 도로를 하나의 도로로 간주해 운영한다.
유료도로법에는 고속도로 건설에 쓰인 설계비, 공사비, 토지보상비, 유지관리비 등 '건설유지비 총액'을 넘겨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게 돼 있다. 징수 기간도 최대 30년이다.
돌려 말하면 경부선, 경인선 등은 이미 건설유지비 총액을 넘겨 통행료를 거뒀으므로 더는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통합채산제를 적용해 이들 도로에서 계속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거둔 통행료는 신규 고속도로 건설이나 적자 노선의 유지관리비 등으로 쓴다.
통합채산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전체 고속도로의 건설비용 회수율은 30% 수준에 그친다. 무턱대고 통행료를 무료화하면 고속도로 투자 재원 확보나 유지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재정고속도로는 국토교통부가 출연금으로 4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도로공사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수익금으로 건설한 뒤 나중에 통행료를 거둬들여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나마 2014년 이후 정부 출연금 규모는 50%에서 40%로 줄어들었다. 통행료가 고속도로 건설이나 적자 노선 유지관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셈이다.
도로교통업계 한 종사자는 "고속도로는 건설 이후에도 유지관리비가 들 수밖에 없다"며 "현 단계에서 고속도로를 무료화하겠다는 것은 유지관리비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원인자 부담방식에서 국민 세금으로 전환해 충당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고속도로 무료화를) 급격히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지었으나 텅텅 빈 고속도로를 무료화해 국가 경제적으로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공약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며 "후보의 공약이므로 (도로공사에서) 가타부타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