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버즈워드] 문맥 마케팅 Contextual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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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개척자라 불리는 미국의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 1838-1922)는 오늘날까지도 마케터들에게 회자되는 명언을 남겼다. “내가 광고에 쓰는 돈 중 절반은 낭비된다. 문제는 그 절반이 어느 부분인지 알 수 없단 것이다”가 바로 그것이다. 거의 1세기 전에 남긴 이 말은 미디어환경이 완전히 바뀐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2015년 기준 현대인은 매일 약 5,000건의 광고를 접한다. 이것은 1970년 전통적 광고가 절정을 이루던 때 500건에 비해 열 배나 되는 숫자다.문제는 인간의 뇌가 이렇게 많은 정보를 모두 인식하고 기억할 수 없단 것이다. 기억하게 만들기는커녕 도리어 광고에 대한 염증마저 불러일으키게 된다.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되기 위해 아무리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무슬림에게 햄 광고를 아무리 여러 번 노출시킨다해도 햄이 팔리겠는가.이 때문에 광고주들은 최대한 적절한 장소와 적절한 시기에 광고를 배치하려 애써왔다.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 있는 광고에 주목할 것으로 생각해서다. 사실은 전통매체 시절부터 되도록이면 연관 있는 콘텐트나 매체를 선택하는 것이 광고집행의 기본이었다. 가령 스포츠전문지에 스포츠웨어 광고가 실리는 식이다.이게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매체에 노출시키는 광고들은 적절하지 않은 기사나 뉴스에 배치될 위험을 항상 감수해야 하며, 옥외광고의 경우도 주변환경에 따라 전혀 의도치 않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더욱이 적절한 시간, 적절한 매체, 적절한 콘텐트에 배치한다는 것은 기획에서 편집, 출판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거 전통매체 시절에는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었다.디지털매체가 주류매체로 급격히 부상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마테크(마케팅 테크놀로지)나 애드테크(AdTech)가 개발되면서 광고주들은 해당 콘텐트에 적절한 광고를 실시간으로 배치할 수 있게 됐다. 검색기록을 이용해 개개인의 관심사를 파악해 맞춤광고를 내보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런 기법을 행동 타게팅(Behavioral Targeting)이라 부르기도 한다.뿐만 아니다. 접속자의 위치와 해당지역의 날씨에 맞는 광고도 내보낼 수 있으며, 접속한 기기에 적절한 광고를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맞춤형 광고들은 이메일에도 응용할 수 있다. API와 마이크로사이트를 통합해 이용함으로써 몇 가지 안 중에서 적절한 콘텐트를 이메일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이렇게 시의적절하게 혹은 개인에게 맞게 광고나 콘텐트를 내보내는 기술을 보통 “문맥 광고(Contextual Advertising)”라 부른다. 문맥 마케팅(Contextual Marketing)이라고도 한다. 전통적 의미로 볼 때는 정식으로 매체비를 지불하고 유료미디어(Paid Media)에 집행한 것만을 광고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라고 부를 경우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이유다.
현재 문맥 마케팅을 대표하는 구글의 애드센스(AdSense)는 웹페이지 콘텐트의 키워드를 파악해 적절한 광고를 내보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아직까지는 간단한 키워드 매치만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도치 않은 결과도 자주 수집된다. 이를 테면 배가 침몰하는 동영상에 크루즈 여행 광고가 뜨거나, 야외활동을 삼가라는 기상예보기사에 야외활동 관련 상품 광고가 뜨는 경우다.
그러나 마테크(Martech, Marketing Technology)나 애드테크의 발달로 인해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으로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이를 완전히 파악한다면, 마케터들이 바이오메트릭 정보를 비롯한 한 개인의 신상을 완벽히 파악하고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이것 사라, 저것 사라”고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는 개인 광고(Personal Advertising)의 시대도 머지 않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탐 크루즈를 따라다니던 바로 그 광고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