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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만들기 압박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각종 규제를 통해 대기업 성장의 옥죄기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자리는 무조건 늘리도록 강요하고 있어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 재벌들의 일자리 동향을 각 기업별로 파악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을 포함해 10대그룹 또는 30대그룹까지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것.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공약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을 본인이 수시로 점검하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공공부문 81만개와 맞물려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각 기업들의 경영여건과 업종 및 산업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강압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라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당장 재계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는 찬성하고 공감하지만, 방법에 있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A대기업 관계자는 “상황판만 만들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냐”며 “말로만 지시해서 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오히려 규제만 늘리고 있어 과연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재벌 개혁을 통해 대기업을 규제하겠다고 하면서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B대기업 관계자는 “투자와 고용은 함께 이뤄지는 것인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영업점은 늘리지 못하게 하면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업종과 산업적인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일자리 창출을 강요하는 것은 어찌보면 또 다른 정경유착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C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니즈가 있으면 알아서 일자리를 늘릴 수 밖에 없다”며 “상황판까지 만들어서 인위적·강압적으로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다를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둘 다 문화융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에서 추진됐지만, 결과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는 자칫 기업들이 편법을 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중견 간부 및 임원들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신규채용으로 메우는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D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늘릴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 파악해보고, 니즈가 없으면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기업들과의 소통을 비롯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기업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확실한 방법이다. 필요하다면 각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앞장서서 할 일이다. 대통령이 억지로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
고용은 각 기업이 중장기 계획에 따라 필요한 인력 상황을 파악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규모를 자율적으로 뽑아야 효율적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막무가내로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즉, 재계는 필요하지도 않은 인력을 새정부 눈치를 보느라 뽑았다가 인건비만 늘어나면 결국 기업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까지 강요하고 있어 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