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던 일자리 창출과 재벌 개혁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친노조 성향이 기업들을 더욱 부담스럽게 할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노조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사 갈등은 재벌 개혁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대기업들의 부담이며, 풀리지 않는 과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임금협상 같은 단체교섭에 있어서 매년 노조의 파업이 기업들에 적잖은 피해를 입혀왔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24차례에 이르는 파업과 특근 거부로 3조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초래했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해 11월 7일 임단협 조인식을 가졌다. 6월 23일 상견례 이후 4개월여 만에 2조2000억원의 손실을 끼친 채 교섭을 마무리한 것이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가 총 25만9000대(현대차 14만2400대, 기아차 11만6600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2015년 2만8700대에 비해 9배 늘어난 수치다. 피해액도 총 5조3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본급 20% 반납과 분사 반대 등을 이유로 임단협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고 있다. 2016년 5월 10일 처음 교섭을 시작한 이래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타결이 안됐다.
이외에도 자동차 냉방 장치를 생산하는 갑을오토텍은 노사 갈등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다. 2016년 7월8일 노조의 공장 점거로 제품생산이 중단됨에 따라 같은 달 26일 직장폐쇄를 실시한 바 있다. 노조의 공장 농성은 올해 2월, 200일만에 종결됐지만 아직까지 직장폐쇄는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2000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게 되면 향후 기업들의 노사간 교섭은 더욱 험난해질 수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정부의 중재를 요청하면서 노사정 위원회 같은 3자간 교섭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노조에 유리하고,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정부가 중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결국 대기업들은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등 재벌 개혁이라는 큰 폭풍우를 견뎌내야 하고, 이와 별도로 노조와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이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노조 편을 들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근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인천공항 지부장이 정규직 전환 이외에 처우 개선까지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노동자들께서도 한꺼번에 받아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정부분 선을 긋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대한상의 초청강연에서도 “기업인들에게 아직도 제가 반기업적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남아 있냐”고 반문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본격화될 기업들의 올해 임금 협상 및 단체교섭 등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의 후임에 누가 발탁될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