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화환구매·경조사비로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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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예산'으로 불리는 정부의 특수활동비가 애초 예산편성 취지와 달리 각 기관의 운영 경비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0년간 편성된 특수활동비 규모만 8조56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편성된 정부 특수활동비 규모가 총 8조5631억원으로 확인됐다.
기관별 사용 규모는 △국가정보원 4조7642억원 △국방부 1조6512억원 △경찰청 1조2551억원 △법무부 2662억원 △청와대(대통령 경호실·비서실·국가안보실) 2514억원 순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드는 경비라고 정의돼 있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영수증 첨부는 물론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납세자연맹은 특수활동비가 본래 예산편성 취지와 달리 눈먼 돈처럼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세자연맹이 2015년 특수활동비 편성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각 부처·기관에서 특수활동비를 다른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법무부의 경우 △연구활동비 △법률지원비 △업무지원활동비 △국민생활침해단속비 △자료수집활동비 등으로 특수활동비를 썼다.
국회는 △위원회활동 지원 △입법활동 지원, 국세청은 △세무조사반 활동비 △역외탈세대응활동 등에 각각 특수활동비를 편성했다.
감사원, 국무조정실,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등도 △국정수행활동 △자문위원 지원 등의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
납세자연맹은 "특수활동비를 기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무추진비나 특정업무경비(단순 계도·단속 활동)는 물론 관계기관 간담회와 화환·조화 구매, 축·조의금 같은 기타운영비 등 일반 예산항목으로 책정해 쓰고 있다"며 "최근 법무부의 '돈 봉투 만찬' 사례처럼 일부 고위 관료가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국민 세금을 통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별감사팀을 만들어 특수활동비가 취지에 맞게 쓰였는지 감사하고 오남용된 금액은 환수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한 관계자는 징계·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납세자연맹은 "사기업은 영수증 없이 돈을 지출하면 횡령죄로 처벌받는다. 세금을 공무원이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정보기관을 뺀 청와대, 법무부, 감사원, 미래부, 통일부,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등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은 "특수활동비는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로 일부 힘 있는 권력기관장이 국민 세금을 공돈으로 여겨 나눠 먹고 있다"며 "국민이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낸 세금이 공공재로 돌아오지 않고 중간에서 낭비되기 때문이므로 성실납세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보기관 이외의 특수활동비는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