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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맞춤식 데뷔전이 인상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동료 국회의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하소연 전략을 썼다.
취임식에서는 통계 자료를 인용해 최근 주택가격 과열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 수요에 기인한다고 진단한 뒤 직원들에게 정책 체감도를 높이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23일 취임한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지난 6·19 부동산 대책을 언급하며 투기 조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5주택 이상 보유자를 직접 겨냥했다.
김 장관은 "6·19 대책은 1차 (경고) 메시지"라며 "서민과 실수요자가 집을 갖지 못하게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는 생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의 주택거래 현황을 비교하면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감소했지만, 5주택 이상 보유자의 구매 비율은 증가했다"며 "서울 강남 4구에서만 53%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유독 29세 이하 주택거래량이 두드러진다"며 편법거래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모습은 첫 데뷔전이었던 인사청문회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김 장관의 인사청문회 모두발언과 이날 취임사를 비교하면 상당 부분이 겹친다. 서민 주거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발언이나 임대주택 공급 확대,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지원 강화, 도시재생 뉴딜 정책 추진 등이 그렇다.
차이라면 인사청문회에서는 전문성보다는 동료 의원의 감성에 주로 호소했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당시 모두발언에서 "결혼 11년 만에, 전셋값 인상 요구에 여섯 번을 이사한 후에야 겨우 경기도에 작은 집을 마련했고 아직도 아파트 융자금을 갚고 있다"며 "아파트 한 채를 온전히 보유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는 국토부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금 인상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고 무수한 아파트 불빛을 보며 눈물을 삼켰던 시절이 있어 내 집 마련에 엄두를 못 내는 국민의 마음을 잘 안다"며 "국민과 공감을 통한 현실감과 절박감이 국무위원 제1의 소양이라 생각한다"고 읍소했다.
반면 김 장관은 국토부 직원들 앞에 첫선을 보인 이날 취임사에선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받은 통계자료를 인용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예고하는 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는 선입견 대신 다른 경험과 시각을 갖춘 선배라는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면서 "현장과 괴리된 통계·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