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 조기 반납
금한령·다수의 신규면세점 출점·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 3중고 시달려
  • ▲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진범용 기자
    ▲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진범용 기자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면세점 업계가 최근 중국 당국의 금한령(禁韓令)과 다수의 신규 면세점 특허 발급으로 인한 출혈 경쟁,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으로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의 제주공항 국제선 면세 특허 반납을 시작으로 면세점 업계에 특허 줄 반납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3일, 2019년 4월까지 운영 가능한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을 조기 반납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금한령(禁韓令)을 시행하면서 중국인 방문객이 80~90% 급감하는 등 위기에 시달렸고, 지난해 4~5월에는 월간 매출액이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20억원 이하로 폭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공항공사 측에 한시적인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갤러리아면세점뿐만 아니라 운영 중인 모든 면세점이 공통된 사안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아 다수의 업체가 입찰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금한령 이후 면세점 매출이 고꾸라지면서 위기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중국 당국의 금한령 시행 직후인 3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0% 급감했다. 중국인 매출만 35% 급감했다.

    신라면세점은 금한령 시행 직후부터 평년대비 10~20% 가량 매출이 줄었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2월 일평균 38억원의 매출이 3월 15일 이후 일평균 30억원으로 감소했다. 금한령 직전 매출 대비 갤러리아면세점 20%, 아이파크면세점도 15%가량 매출이 줄었다. 

    정부가 관광객 추이를 낙관한 나머지 단기간 면세점 숫자를 급격하게 늘렸다는 점도 면세점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6조83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2700억원으로 4년 동안 두 배가량 커졌다. 이에 정부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1~3차 입찰에 거쳐 기존 6개에서 7개를 추가해 현재 13개(오픈 예정 포함)로 확장했다.

    문제는 지난해 기준 70%에 가까운 8조6000억원가량이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즉, 중국인 관광객 축소는 면세점 업계에는 치명타다.

    관광객 축소로 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경쟁 업체만 증가하다 보니 출혈경쟁은 심화됐고 결국 이는 시장 악화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가 최대 2조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금한령과 출혈 경쟁 등으로 면세점 이익은 줄어들고 있지만, 반대로 면세점 사업자들이 지급하는 수수료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면세점 사업자들은 매출의 0.05%를 특허 수수료로 지급했다. 그러나 관세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올해부터는 매출의 0.1%~1%까지 특허수수료가 늘어났다. 최대 20배가 인상된 것이다.

  • ▲ 텅 비어있는 두타면세점. ⓒ진범용 기자
    ▲ 텅 비어있는 두타면세점. ⓒ진범용 기자


    여기에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서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면세점을 의무휴업 대상으로 포함한다는 이야기까지 번지고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면세점이 의무휴업 대상이 되면 명절에도 휴업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 명절이 동북아시아 명절과 겹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목을 놓치게 되는 셈이라 이는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면세점업계는 최근 비상경영을 시작했다. 기존 명품 유치나 제3국 관광객 모객 등 차별화 매장 구축에서 생존전략을 최우선으로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팀장급 간부사원과 임원 40여명의 연봉 10% 자진반납을 결정했고, 한화갤러리아 면세점도 사업 적자로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임원은 연봉 10%를, 부장과 차장급 등 중간관리자들은 상여금은 800%에서 700%로 축소했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비용 효율화와 불필요한 고정비 감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두타면세점의 경우 영업면적을 기존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다. 중소면세점들 역시 '비상경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재 사안만 많아지고 있다"며 "이대로는 면세점업계가 고사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면세점 특허 줄 반납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