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7시간 신문 불구 뇌물혐의 입증 실패증인신문 하루 넘겨 이틀간…'靑 개입 없었다' 증언만 되풀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스모킹 건으로 지목된 안종범 수첩에 이재용의 이름이 거론된 건 3번이다. 이마저도 경영권 승계 및 뇌물공여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 상투적인 의미였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이 허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시간 넘는 특검의 주신문에도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과관계를 입증할 정황이 나오지 않으면서 공판은 지루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5차 공판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510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34석의 방청석은 공판이 시작되기 30분 전에 마감됐고 법정은 자리에 앉지 못한 방청객들로 붐볐다.  재판부의 개정으로 오전 10시 공판이 시작됐다. 이재용 부회장과 안 전 수석이 자리에 앉았고 특검의 질문이 쏟아졌다.

    특검은 수 백개의 질문을 앞세워 안 전 수석을 압박했다. 특검의 주신문은 오후 7시 40분을 넘겨 마무리됐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7시간 넘게 진행된 셈이다. 

    안 전 수석이 기록한 수첩이 전면에 제시됐다. 진술조서도 수 차례 언급됐지만 대부분이 수첩의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특검의 전략은 간단했다. 결정적 증거로 꼽힌 수첩의 내용을 앞세워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첩의 작성 경위와 작성 시점, 기재된 내용 등이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엘리엇' '순환출자해소' '금융지주회사' '은산분리' '삼성 역할' '빙상' '승마' 등 삼성과 관련된 내용이 기록된 배경을 확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안 전 수석이 경제수석이 되고 이틀 후인 2014년 6월 14일부터 기록된 수첩은 지난해 11월까지 총 63권이 작성됐다. 삼성 관련 내용이 수첩에서 발견되는 건 2015년 7월 5일부터로 당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었다.

    특검은 수첩에 담긴 내용들을 근거로 삼성과 청와대 사이의 대가성 및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 후 기업현안을 꼼꼼히 챙겼다는 논리다.

    구체적 근거로 2015년 7월 27일 기록된 수첩 내용이 제시됐다. 수첩에는 '삼성-엘리엇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권익, Global Standard ->대책 지속 강구' 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검은 해당 내용이 2차 독대 이틀 후 기록된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구체적으로 챙긴 증거라 주장했다. 

    이밖에도 '외투기업 세제혜택' '환경규제' '개방대형회사' '삼성 이재용' '세제혜택' '환경규제 多' 'JTBC' '삼성 로직스' '전문인력 부족' '도영심 회장' '삼성 명마 관리비 임대' 등이 기재된 배경을 추궁했다. 

    늦은시간까지 공판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남은 증인신문을 다음 날로 넘겼다. 진행 속도를 감안할 때 자정을 넘겨도 끝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인신문이 하루를 넘겨 이틀 연속 진행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공방이 치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장시간의 증인신문에도 이 부회장과 피고인의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물산 합병을 포함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박 전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언만 되풀이됐다.

    특히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합의관계가 이행된 독대와 관련해 "특정 기업의 민원을 청취하고 해결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증언이 나오며 특검의 주장은 힘을 잃어갔다.

    수첩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기록한 것"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말한 것을 기록한 것일 뿐 구체적인 내용이나 이행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해 특검의 애간장을 태웠다.

    한편 안 전 수석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은 5일 오후 5시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신문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및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오후 2시부터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법인장은 정유라에게 저금리로 특혜대출을 해준 이유로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