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기형화' 대형주만 웃어…중소형주 초토화코스닥 또 외면 … '천스닥'은 끝내 오지 않았다해외증권 보관액 사상 최고치 … 한해 동안 46% 넘게 늘어 개인투자자 코스피서 올해 20조 팔아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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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PT AI 이미지
2025년 한국 증시는 '코스피 4000 돌파'라는 상징적 기록을 남기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와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강세,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이 맞물리며 사상 첫 4000 시대를 열었다. 다만 상승 동력이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구조적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고환율·저성장 국면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증시로 집단 탈출했고, 기형적인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과 코스닥 시장 부진도 이어졌다.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연간 수익률이 75%를 넘기며 4220선까지 상승했다. 연중 기관이 18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0조원, 8조7000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기관투자자 가운데서는 금융투자가 30조원, 연기금이 3조7000억원, 기타법인이 약 10조원 순매수했다. 반면 보험사와 투자신탁, 은행, 사모펀드 등은 각각 3조~4조원씩 순매도했다.올해는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 주식·채권 보유액은 올해 1월 1일 기준 1563억5400만달러에서 지난 26일 기준 2282억6200만달러로 약 46% 이상 증가했다. 지난 11월에는 2300억달러를 돌파하며 외화 보관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코스피는 지난 10월 27일 장중 4000선을 돌파한 뒤 4042.83에 마감하며 사상 첫 '사천피'를 달성했다. 당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인은 순매도로 대응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11월 말 기준 코스피가 연초 대비 60%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종이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기대를 타고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126%, SK하이닉스는 274% 이상 상승했다.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시장 상승을 이끈 핵심 동력은 반도체와 밸류업"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과 HBM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수급이 집중됐고, 한미반도체 역시 소부장 대장주로서 입지를 굳혔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하면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확대한 금융주와 자동차 업종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고, 그 외 테마주 역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강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다만 올해 코스피 랠리의 수혜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됐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지적된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중형·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에 그쳤다.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시가총액 상위 1~100위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올해 들어 83% 넘게 상승하며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았다. 반면 시총 상위 101~300위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중형주 지수'는 약 40% 상승하는 데 그쳤고, 시총 100억~1조2000억원 미만 538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20% 상승에 머물렀다.코스닥 시장의 부진도 이어졌다. 연중 '천스닥' 달성에는 실패했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35% 상승에 그쳤고, 연말에도 920선 부근에서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코스닥 시장에서는 소형주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코스닥 대형주 지수'는 40% 상승했고, '코스닥 중형주 지수'는 51%, '코스닥 소형주 지수'는 15% 오르는 데 그쳤다.결국 2025년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일부 대형주만 상승하는 구조적 랠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었고, 소외감이 확대됐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형적인 시장 구조를 감안해 국내 주식 비중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병행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미국이 60%, 한국은 1.5%에 불과하다"며 "국민연금도 약 500조원 가운데 200~300조원은 미국 주식, 나머지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 역시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시가총액 1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엔비디아, 한국은 삼성전자다. 투자 비중을 9대 1, 즉 90%는 미국, 10%는 한국으로 가져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또 김 교수는 "올해 성장은 반도체 중심으로 나타났고, 반도체 및 관련 기업 위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한국에는 약 3000개 상장기업이 있고 매년 1% 수준인 30~60개 기업이 청산된다. 개별 종목이나 소형주 투자는 부도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라면 우량주, 잘 모를 경우 시가총액 1위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