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증인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 말씀자료 작성공식 건의사항에 면세점 내용 없었지만 "우연히 만난 롯데 측 얘기 듣고 포함"
  • ▲ 신동빈 롯데 회장. ⓒ뉴데일리
    ▲ 신동빈 롯데 회장. ⓒ뉴데일리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죄 44차 공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단독면담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대통령 말씀자료를 작성할 당시 "롯데 측의 면세점 관련 건의사항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죄 4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지난 4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청와대 행정관의 선임으로 근무했던 최훈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전 행정관은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면담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를 작성한 인물로, 김 행정관에게 관련 내용을 지시하기도 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은 통상 정책조정실의 요청을 받아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금융분야에 대해 말씀사항이 있으면 금융 부분을 작성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16년 당시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비공개 단독면담을 앞두고 면담 시 사용할 말씀자료를 그룹별 행정관이 맡아 작성했고, 최 전 행정관은 롯데그룹 관련 자료를 작성했다.


    이와 관련 최 전 행정관은 "자료 작성 당시 비공개 단독 면담에 쓰이는 것을 몰랐다"고 답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공개석상에 참석 시 필요한 자료인 줄 알고 작성했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최 전 행정관이 대통령 말씀자료 작성을 위해 롯데 측에 건의사항을 요청했으나 정작 롯데 담당자인 이석환 전무(당시 롯데 상무)다는 면세점 관련 건의사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전 행정관 본인 생각에 롯데의 가장 큰 현안이 면세점이라고 판단, 이전 다른 롯데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참조해 건의사항을 작성했다는 데에 주목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최 전 행정관에게 "2016년 2월 초 롯데 이석환에게 전화해 무역투자 진흥회의 등 대통령가 총수 만나는데 필요하다며 건의사항 약식을 보내주고 채워서 보내달라 했느냐"고 물었고, 최 전 행정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이 전무가 보내온 자료에는 '중기중앙회 아울렛 의무휴업 확대 추진' '국산 맥주 역차별 수입맥주 과세 필요' 2가지 건의사항이 담겨 있었는지 확인하자 최 전 행정관은 "자료를 보니 두 개가 있었다는 건 확실히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이 "정리해서 말하면 증인이 롯데에 대통령과 총수 만날 때 필요한 건의사항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면세점 관련은 보내지 않았던 것이냐"고 묻자, "이메일에 저 두 개만 있었던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비공개 면담 당시 말씀자료에는 에너지신산업 투자확대와 시내 면세점 롯데월드타워 연장 제도 개선의 건이 있다고 지적하자 최 전 행정관은 "면세점 관련은 당시 제일 얘기가 많이 나오던 부분으로 시내 면세점 확대는 가장 핫한 이슈여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롯데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건의사항에는 면세점 관련 부분이 빠져있지만 과거 최 전 장관이 개인적으로 우연히 알고 지낸 롯데 측 다른 인사로부터 면세점 관련 건의사항을 들은 바 있어 이 자료를 찾아 면세점 내용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검찰 측은 故 이인원 롯데 부회장이 대통령 면담을 위해 준비한 자료에도 면세점 관련 건의사항이 들어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 변호인은 "2016년 2월18일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2000명 고용안정을 위해 면세점 신규승인절차 조속히 시행해달라는 내용이 있지만 故 이 부회장과의 면담 자체가 무산돼 이 부회장이 준비한 자료는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담당 행정관이 자기 판단으로 다른 자료를 보고 넣은 대통령 말씀자료에 포함된 롯데 면세점 관련 건의사항이 어떻게 신 회장이 3월14일 박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 측은 "신 회장이 면담을 위해 준비한 자료에는 롯데면세점은 세계 3위고 앞으로 경쟁력 향상을 통해 세계 1위를 만들고 국가 위상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면서 "이 자체가 롯데그룹의 롯데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이 얼마나 중요한 현안인지, 신 회장이 직접 어떤 요청을 하고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은 무엇이었는지 명확시 제시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세 명의 피고인이 모두 참석했고,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뒤 발가락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이 예정된 신 회장은 청와대 간담회 참석을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 뇌물죄 다음 공판은 7월31일 진행되고, 이날 공판에는 신 회장은 출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