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마필관리사에 과도한 경쟁과 저임금 구조 강요"마사회, 경영쇄신 전담조직 신설…내달 7일까지 한달간 운영이양호 마사회장 "우려사항 새겨듣고 적극 협의해 반영"
  • ▲ 공공운수노조와 마필관리사 자살사건 유가족이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렛츠런 부경의 경영진 처벌과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공공운수노조와 마필관리사 자살사건 유가족이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렛츠런 부경의 경영진 처벌과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8일 "한국마사회가 과도한 경쟁과 저임금 구조를 마필관리사에 강요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의 착취구조로 인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박경근·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했던 박경근 마필관리사는 지난 5월27일 마방(마굿간) 주변에서, 이현준 마필관리사는 지난 1일 경남 진해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노조는 또 "타산업의 25배에 이르는 산재율, 무리한 경쟁체제 도입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 조교사와 마사회의 갑질 등이 마사회의 인권침해 실태"라고 꼬집었다.

     

    실제 고용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부산노동청)이 지난 6월28일부터 7월28일까지 한달간 부산경남경마공원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노동법을 어긴 사례가 총 270건이나 됐다. 

     

    법 위반 사례 270건 중 근로기준법 위반이 216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조교사들은 근로계약서 사업장 미비치부터 연차수당 미지급, 통상임금 미지급 등 법이 정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마방 총 32곳 가운데 28곳이 법정 연장근로 한도(12시간)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은 22건이 적발됐다. 마사회가 19건, 조교사가 3건이었다. 조교사의 위반 사례 중 2건은 산재은폐(미보고)였다.

     

    노조는 인권위에 작업중지 요청서도 전달했다. "동료 2명을 떠나보낸 마필관리사들의 정신적 충격도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작업중지 요청서에는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조합원의 93%인 179명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필관리사의 잇단 죽음으로 고용문제 등이 당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자 마사회는 이날 '경영쇄신 테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TF는 다음달 7일까지 1개월간 운영되며, 팀장은 이양호 마사회장이, 부팀장은 경영전략실장이 각각 맡았다.

     

    TF는 마필관리사 고용문제뿐 아니라 '공익성 및 레저스포츠성 강화'라는 큰 방향성을 가지고 비정규직 전환, 경마 구조 개선, 장외발매소 운영제도 혁신, 말산업 육성, 사회공헌, 불법단속 강화 등에 대한 쇄신책을 마련한다. 마사회는 TF에서 '마사회 경영쇄신방안'을 마련하면, 정부 보고와 협의 등을 거쳐 실행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양호 마사회장은 "최근 연이은 부정적 이슈로 기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재해 있다"며 "TF 신설은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우려 사항을 새겨듣고 적극적 협의를 통해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