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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마차보급 사업'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가 "말 학대"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마사회는 "동물학대 방지를 위해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마차보급 사업'을 둘러싼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20일 동물권단체 케어와 마사회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달 '마차보급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승용마 수요를 확대하고 국민의 레저 수요 충족을 위한다"는 명목에서다. 이 계획 대로라면 마사회는 이달부터 사업자 선정 공모를 진행해 올해 말까지 7개소에 3000만원씩 2억1000만원을 지원한다. 이 자금은 마차 운행에 필요한 말·마차 구입비, 보험료, 장구류 및 안전장비 구입비 등에 사용된다.마사회는 또 경북 영천에 승용마조련센터를 설립하고, 호주 출신 마차 전문가를 영입해 고급마차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케어 측은 "이익창출에만 집착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마사회를 강력 규탄했다. 사업 철회를 위해 1인 시위와, 민원넣기, 관광용 마차 규제 방안 검토 포럼 개최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케어 관계자는 "마사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업여건 분석 결과, 국내 마차 전문가 부재와 말 관련 지식·경험 부족, 고객 확보방안 미흡 등 취약한 사업여건을 인지했음에도 거액의 예산을 동물학대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위와 추위에 장시간 노출된 말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무거운 꽃마차를 끄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동물학대로 지탄받아온 고급마차 운행 금지 요구를 외면한 채 이를 국민 여가산업으로 확대·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어 측은 특히, 고급마차의 경우 탑승 인원수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를 악용해 쉼 없이 승객을 나르게 하고, 운행 중 배설을 막는다는 이유로 식수와 먹이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급마차는 현재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 41곳에서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어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고급마차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저지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동물을 이용한 오락산업이 비난받는 추세에 역행하는 마사회의 왜곡된 동물권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동물의 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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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는 그러나, 이같은 반대 속에서도 '마차보급 사업'을 원래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선정 당시 사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도와 자체 동물학대 방지대책을 평가하고, 마차 전용길 확보 여부를 심사해 일반도로에서 무분별한 운행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를 배제하는 등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선별함으로써 동물학대를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마차 보급을 위한 모델 정립, 탑승정원수 제한, 운행시간 설정(40~50분 운행, 10분 휴식), 1마차 2두를 통한 로테이션 운행 등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마차 보급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오는 11월부터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관리·감독을 시행하고, 사업장이 준수사항을 어기면 사업자 선정 취소와 지원금 회수 등의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말을 이용한 마차운행 사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이용한 주요 관광자원"이라며 "마차 퍼레이드, 마차 경주, 마차 대회 등 말산업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마차 운행 사업으로 인한 동물학대라는 부정적 인식을 불시하고, 말산업의 한축으로 농촌관광 활성화와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