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개인마주제 개선해야"… 마사회 "특별감사해 해결방안 마련"
  • ▲ 한국마사회 말 축사(stable)모습. ⓒ연합
    ▲ 한국마사회 말 축사(stable)모습. ⓒ연합

     

    마필관리사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5월27일 발생한 박경근 마필관리사 사망 사고 이후 올해만 벌써 2번째다. 노동계는 "한국마사회의 착취구조가 죽음을 볼러왔다"며 고용 구조 개선과 함께 경영진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2일 경찰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마필관리사 이모(36)씨는 지난 1일 경남 창원 진해의 한 농장 입구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트렁크 안에서는 번개탄 흔적이 나왔다.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아버지와 동생한테 남기려던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미전송된 채 남아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마필관리사로 13년 가량 일해온 고인은 팀장의 병가기간 중에도 별도의 인력 충원없이 5개월여 동안 본인의 기승조교 업무에 팀장의 업무까지 인계받아 수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고인은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말을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과다한 업무량과 건강상 이유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월27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박경근 마필관리사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박씨는 총 3줄의 유서에 'X 같은 마사회'라며 마사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잇달은 마필관리사 죽음의 원인으로 개인마주제를 지목하고 있다. 개인마주제는 경마 부정이 도마에 오르자 마사회가 경쟁 체제를 도입하자며 1993년 시행한 제도다. 개인마주제 시행 이전 마필관리사는 마사회 소속이었다. 그러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되면서 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마사회가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처우와 업무에서 사실상 마사회 통제 하에 있지만 직접적인 고용 계약은 맺지 않는다. 현재 마필관리사는 '마사회-개인마주(말주인)-조교사(말관리위탁인)-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일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죽음을 불러오는 착취구조에 대해 마사회가 그동안 방조한 것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사회 경영진의 퇴진과 처벌,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 발동,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잇달은 마필관리사의 사망 사고로 마사회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마사회 측은 "이번  마필관리사의 자살에 대한 경찰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며 "현재 마사회는 렌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마필관리사 운영 관련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 과제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신속히 진행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인마주제를 개선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마사회 측은 "개인마주제는 경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전 세계적 고용구조다. 개인 소유의 고가 경주마를 공기업 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것도 사회 통념상 맞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마사회는 또, 지난 6~7월 실시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지적 사안들에 대해 신속히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사업장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안타까운 사안에 대해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유가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