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R&D투자 1위… 영업이익 233.4% 급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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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위제약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대체로 증가하면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유한양행과 녹십자는 상반기에만 각각 7000억원, 5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독주체제를 완전히 굳히는 것은 물론, 이같은 추세라면 연매출 1조 5000억원 돌파도 기대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별 재무제표 기준 유한양행의 상반기 매출은 7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6047억원에 비해 1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9% 늘어난 471억원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의 매출 증가는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당뇨치료제 '트라젠타' 등 다국적제약사와의 공동 마케팅 품목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유한양행은 최근 길리어드와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 '하보니'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하반기 실적 상승에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두 제품의 연간 매출은 1200억원에 이른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소발디, 하보니 등 신규도입 품목의 증가로 하반기 높은 외형 성장성이 예상된다"며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1조 5311억원, 영업이익은 26.4% 증가한 123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뒤를 이어 녹십자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4688억원에 비해 9.5% 증가한 5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36.8% 늘어 276억원을 기록했다.
녹십자는 주력사업 부문인 혈액제제와 백신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혈액제제와 백신 사업 국내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2.1%, 37.8% 늘었다.
다만 높은 R&D비용에 따라 하반기 실적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용 동부증권 연구원은 "1260억원으로 추정한 올해 R&D비용 중 상반기 집행된 금액은 500억원에 그쳤고 대부분 하반기로 이연됐다"며 "하반기에도 매출 증가와 판관비 통제로 수익성 개선 노력이 이어지겠지만 R&D비용 부담으로 상반기 대비 부진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유한양행, 녹십자에 이어 3위 자리로 치고 올라온 대웅제약의 성장도 주목된다. 대웅제약의 상반기 매출은 4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3831억원에 비해 11.6% 늘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103.5%나 증가한 237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MSD로부터 도입한 대형 품목들과 뇌기능개선제(치매치료제)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지난해 종근당에게 뺏기며 잠시 고전했지만, LG화학으로부터 도입한 당뇨치료제 '제미글로'를 성장시키며 외형 확대에 성공했다.
제미글로는 대웅제약의 공격적 영업에 힘입어 지난해 국산 신약 최초 연매출 500억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도 새로운 기록을 쓸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은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420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75.8% 증가한 237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 신장의 원동력은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과 당뇨치료제 '자누비아', 고지혈증약 '바이토린', '아토젯' 등 종근당이 지난해 도입한 신약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BIG5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한미약품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3868억원에서 9.5% 감소한 34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한미약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33.4% 늘었다.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사노피의 기술수출 반환금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미약품의 실적이 주목되는 이유는 상반기 주요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R&D비용을 투자하고 얻은 결과라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상반기 R&D에 674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매출액의 19.3%에 해당하는 수치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하반기 기존 제품의 시장 안착과 신제품 효과로 인한 매출 성장, 고정비 감소, 전년 하반기 이익 기저효과 등에 의해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