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신호 엇갈리고 불확실성 고조된 탓


  • 북핵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1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30일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신호가 엇갈리고 불확실성 높아진 상황이라 기준금리가 연 1.25%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16∼21일 74개 기관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99%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이번에 동결이면 기준금리는 작년 6월 0.25%포인트 인하된 이래 14개월째 제자리를 지키게 된다.

    한은은 28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과 교역여건 악화 우려로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통위 때 진단에 비해 반 발짝 물러난 태도다. 올해 성장률도 추경을 하더라도 2%대 후반으로, 3%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가격은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최근 연말 미국 금리인상 전망이 약화하며 한국과 미국 간 금리역전에 따른 압박감도 덜해졌다.

    몇몇 금통위원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는 데 가장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꼽는 가계부채도 다음달께 정부 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금리 관련 분위기는 8월 들어 북핵 리스크가 커지며 급반전한 것이다. 7월에는 금통위 이후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는듯 했다.

    이주열 총재는 6월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놨고, 이어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개선되면 완화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건도 제시했다.

    한 금통위원은 7월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완화적 기조를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해 금리 인상 필요를 언급했다.

    한은 성장률 전망치도 연 2.8%로 상향조정됐다. 추경 효과가 더해지면 10월에 다시 올린다는 기대도 있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전월대비 0.6% 증가) 등 지표도 경기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당장 금리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금통위에서 인상을 지지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은 아직 남았다. 큰 틀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 지속에 따른 경제 불균형 등 부작용이 쌓여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총재는 미 금리인상이 지연되면 한국 경제도 저금리로 더 운용할 여지가 커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 통화정책 외에 국내 경기, 물가, 금융안정 리스크를 함께 봐야한다"고 답했다. 

    이번 금통위는 청와대발 한은 독립성 논란 이후 첫 회의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이달 초 저금리를 부동산 문제 원인으로 지적하며 기준금리를 언급해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상승하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이주열 총재는 전날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부적절한 발언이며 금통위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금통위는 공석이던 부총재 자리가 채워지고 다시 7인 체제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