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료 인상에도 제자리걸음 정액제 폐지노인 환자 10%이상 혜택 늘어날 전망
  •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 "아니 저번에는 1500원만 내라더니, 오늘은 왜 치료비가 5000원을 넘어. 이상하네, 좀 깎아줘요. "

    #. "저기 옆에 정형외과 가서 똑같은 진료받고도 1500원만 냈는데, 왜 여긴 이렇게 비싸. 바가지 씌우니까 이제 여기 못 오겠어."

    노인 진료 환자가 많은 서울시 노원구 A정형외과 의원 수납창구에서는 이같은 실랑이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초진료 등 진찰료가 매년 조금씩 올라갔지만 노인 환자 진료비 할인 기준은 16년째 제자리걸음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내년 1월부터 노인 환자 진료비 할인 혜택이 커지고, 적용 환자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들쑥날쑥한 진료비를 두고 수납창구에서 노인 환자들이 실랑이를 벌이던 모습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노인 환자 외래 진료비 할인 기준 개선안을 확정했다.

    노인외래정액제는 현재 65세이상 노인들이 동네의원에서 진료받을 경우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1500원(10%)만 내도록 하는 제도다.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1년 시작됐다. 1만5000원을 넘길 경우에는 치료비의 30%, 최소 4500원의 본인 부담금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노인외래정액제를 폐지하고, '정률제'로 전환키로 했다. 65세 노인환자의 외래 내원일당 평균진료비는 지난 2009년 기준 1만5988원으로, 정액 기준을 오래전에 넘어섰기 때문이다.

    즉, 1만5000원 기준이 유명무실해지면서 기준선을 현실에 맞게 2만원으로 상향해 10%만 부담하는 환자수가 많도록 한 것이다.  

    개선안의 진료비 구간을 살펴보면 ▲총 진료비가 2만원 이하는 10% ▲2만원 이상~2만5000원 이하는 20% ▲2만5000원 초과는 일반환자와 동일하게 진료비의 3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2만원~2만5000원에서도 더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구간을 세분화해 했다. 결과적으로 개선이 이뤄지면 그간 진료비 할인혜택을 받는 노인 환자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2017년 기준 노인정액제 혜택을 받는 환자 수는 전체 대상의 67%이하이지만, 정률제가 적용되면 77%선까지 오를 것"이라면서 "투입 예산은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시행목표는 내년 1월이다. 복지부는 오는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노인정액제 개선안을 상정,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노인정액제 개선은 의과에 한해 이뤄진다. 정액제 폐지를 대전제로 볼 때 정액기준이 2만원인 한의과의 경우 혜택 대상이 지속 증가하고 있고, 약국은 이미 대상구간이 30%미만으로 자연 소멸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 과목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면서 "의료계와는 수년간 수차례 논의됐던 것으로, 직역별 특성에 맞게 장기적으로 개선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 개선과 관련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노인정액제가 개선돼 다행스럽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노인환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30일 공개한 '진료비 통계지표'와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 33조9859억원 중 65세이상 노인에게 쓴 진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어난 13조5689억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