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육성한다며 시장 수요에 깜깜… 업계 반발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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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정비산업(MRO)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국토교통부가 첫 단추라고 볼 수 있는 시장현황 파악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법 개정을 통해 항공업체가 정비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출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해당 자료가 업체 영업비밀과 관련된 부분이어서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MRO를 육성해 항공안전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사업 참여 의지가 강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근 방산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꼈지만, MRO는 세계 항공시장의 추세여서 안 할 순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국토부는 산업 육성 의지와는 달리 제대로 된 시장현황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국내 MRO 수요를 민간·군용 포함 연간 2조5000억원(민간 1조5000억원, 군 1조원)쯤으로 추산했다. 연평균 4% 성장하는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 자료가 정확하지 않고 그나마도 지난 2015년 말 기준의 묵은 자료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최근 국내 MRO 수요가 2조6000억원 규모로, 1000억원쯤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확한 통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간 수요도 1조4000억원 또는 1조6000억원으로 오락가락한다.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과 관련돼 있다 보니 항공업체가 공개를 꺼린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투자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산업 육성 방침은 밝혔지만, 정작 시장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국토부는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경로를 두고도 혼선을 빚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토부는 해당 자료를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를 통해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단체인 항공우주진흥협회는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확인결과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해외 정비현황 관련 자료는 국토부 산하단체인 한국항공협회에서 일부 회원사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었다.
국토부는 시의적절한 정책 추진을 위해선 기본적인 시장현황 통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 항공업체의 정비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출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항공안전기술원에 발주한 MRO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용역 과제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추가하도록 주문한 상태다. 해당 연구용역 결과는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국토부 주문에는 정비 정보의 취합·관리 주체, 산업부·국방부·통계청 등 관계 부처·기관 간 협의사항, 통계법과 항공 관련 법령 개정 여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영업비밀과 관련한 내용인 만큼 반발이 예상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LCC의 경우) 해외 정비를 맡기는 곳이 서로 다르든 같든 간에 업체별 정비 비용과 할인율 등이 공개될 수 있으므로 반대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업계 반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공식자료가 없다 보니 정책 추진에 애로가 있다"면서 "다만 나중에 업계 의견을 수렴해 품목별 정비 수량이나 비용을 부품계통별 평균값이나 일정 수준의 근삿값 등 제한적으로 받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