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표만 기다리는 정부…동등한 위치 못 누려 북핵 위기 고조 속 美 냉정하게 손익계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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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공식 입장 표명을 이르면 6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한미FTA 폐기를 공식화 할 경우, 폐기를 위한 공식 절차가 수일내 진행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미국은 이미 한미FTA에 대해 재협상을 뛰어 넘어 폐기까지 준비하고 있는 동안 우리 정부는 마땅한 협상카드없이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美 발표 기다리는 정부…동등한 위치 못 누려우리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통보가 없었지만 폐기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도 협상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한미 FTA 폐기를 포함해 여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정부 부처 장관이 한미FTA와 관련해 '폐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 정부가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미국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 대 국가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당당하기 보다는 소극적인 모습인 셈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22일 한미FTA 특별공동위 시작에 앞서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美 셰일가스·40조 투자…선물보따리는 끝났다정부가 무기력하게 미국의 결단만 기다리는 데는 우리로서는 제대로된 반전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미국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는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부터 가시화됐던 문제지만 정부는 최근까지는 가능성을 일축하며 대비에 소홀했다.그나마 미국 측과 협상 테이블에 올릴 만한 '미국산 셰일 가스 수입' 확대카드도 일찌감치 써버렸다. 우리 정부는 한미FTA 개정 협상을 무산시키기 위해 올 상반기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했다.문재인정부 들어 첫 한미 간 정상회담이었던 지난 6월에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미국으로 동행해 40조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앞으로 5년 간 미국에 128억달러(14조5740억)를 투자하고 항공기, LNG 등 총 224억달러(25조5091억) 어치를 구매하는 '통 큰' 선물이었다.문제는 이러한 '카드'는 한미FTA 재협상을 위해 남겨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측이 요구하기 전에 '선물'을 연이어 안기면서 우리 스스로 한미FTA로 한국이 이익을 많이 봤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북핵 위기 고조…"美 냉정하게 손익계산할 것"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관련 지시가 협상을 미국 쪽으로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한 압박 전략이라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우리 정부와 대북 압박, 한미FTA 협상 등 외교 안보 경제 분야에 있어 손발을 맞춰나가는 데 불만이 한껏 고조된 상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의 트위터에 "북핵 문제에서 한국은 대화밖에 모른다"고 적기도 했다.다만 미국내서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데다가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동맹 균열을 자초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정치, 외교, 안보, 경제 각 분야별로 냉정하게 손익계산을 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대응해 나갈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한편 미국 정부가 한미FTA 폐기를 결정하면 미국 의회 승인을 얻어 우리 측에 서면으로 이를 통보하게 된다. 180일 뒤 양국 간 무역협정은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