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자금 집중수사 영향, 자진 사퇴설 급부상BNK금융 따라 회장‧은행장 분리 요구도 높아져
  • ▲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최근 사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최근 사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구은행이 50주년이란 큰 행사를 앞두고 있지만 내부는 초상집이다.

    경찰이 대구은행 제2본점을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박인규 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안팎에선 박인규 은행장의 자진 사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상품권 깡’ 비자금 조성 의혹…사용처는 어디?

    6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방경찰청은 박인규 은행장을 비롯해 마케팅부서, 사회공헌부, 비서실 등에서 일하는 직원 5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박인규 은행장은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공제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측은 비자금 조성보다 자금 사용처에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상품권 깡’ 규모가 매달 수 천만원에 이르는 만큼 현금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장에게 업무추진비가 지급되는 만큼 굳이 현금을 사용할 일이 없다”며 “경찰 역시 이 부분에 의심을 갖고 사용처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전임 행장인 하춘수 행장이 중도퇴임하고 지난해 4.13 총선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정황과 연결 짓고 있는 것이다.

    ◆정권 따라 은행장도 교체, 역대 행장 5년 교체설

    대구은행장의 역대 임기를 살펴보면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부분 연임에 성공하고도 제대로 임기를 채운 이는 없었다.

    초대 김준성 은행장과 남옥현 은행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6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행장이 많았다.

    전임인 하춘수 은행장 역시 금융지주 전환에 성공하며 DGB금융지주 시대를 열었지만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중도 퇴임했다.

    하춘수 은행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다음해 수장 자리에 올랐다. 중도 퇴임 당시에도 본인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겠다“며 용퇴를 한 것처럼 비춰졌지만 곧 박근혜 정권 때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화언 은행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와 함께 했다.

    이화언 은행장 역시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 4년째 갑작스럽게 퇴임을 결정했다. 이후 검찰의 C&그룹 관련 대출 로비 수사가 진행되자 의혹에 휩싸이며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대구은행장의 경우 갑작스럽게 용퇴를 결정하며 자리를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하지만 내막에는 정권 교체와 함께 자체적으로 은행장도 교체해 은행 조직이 그동안 외풍에 시달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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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세기 맞은 지방은행, 회장‧은행장 분리 가속도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에 따라 대구은행 역시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박인규 은행장은 대구은행장과 DGB금융지주 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자금 수사 대상에 오른 만큼 ‘제왕적 CEO’에 대한 불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BNK금융지주도 성세환 회장의 갑작스런 구속으로 회장, 은행장 분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JB금융지주는 김한 회장이 광주은행장 자리에서 내려오며 회장과 은행장 직을 분리했다.

    그동안 지방은행은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면서 조직 안정을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체제를 취했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M&A를 주도하고 몸집을 불리기엔 겸직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회장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견제 장치는 제 기능을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때문에 DGB금융지주도 회장, 은행장 분리 흐름에 편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박인규 회장이 직접 사퇴할 지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지배구조에 흠짓이 난 만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자는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빠른 체제 전환이 오히려 떨어진 신뢰를 빨리 회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