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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 수순에 들어가는 듯 보였던 한국마사회와 노동계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박양태 경마본부장과 탁성현 서울경마처장의 복귀가 원인이 됐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등 양대 노총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 몬 한국경마제도의 핵심 기획자로, 마사회 내 대표적 적폐인사"라며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마사회와 양대 노총에 따르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했던 고(故) 박경근 마필관리사는 지난 5월27일 마방(마굿간) 주변에서, 고 이현준 마필관리사는 지난 8월1일 경남 진해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후 양대 노총은 "무한경쟁식 경마제도와 기형적인 다단계 고용구조를 전면 개선하라"며 공동 투쟁에 돌입했다. 현 고용 구조 때문에 마필관리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본 것이다.
마사회는 지난 1922년 경마 시행과 함께 '회원마주제'로 시작해 '개인마주제', '혼합마주제', '법인마무제', '단일마무제'의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개인마주제'로 전환해 시행하고 있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되면서 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마사회가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처우와 업무에서 사실상 마사회 통제 하에 있지만 직접적인 고용 계약은 맺지 않는다. 현재 마필관리사는 '마사회-개인마주(말주인)-조교사(말관리위탁인)-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일한다.
3개월여 동안 계속되던 양대 노총의 투쟁은 박양태 본부장과 탁성현 처장의 보직 해임으로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박 본부장과 탁 처장은 '마필관리사 고용 외주화' 입장을 고수해 온 인물로, 양대 노총은 "노동자를 무한경쟁과 죽음으로 내 몬 한국경마제도의 핵심기획자"라며 투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퇴진을 요구해 왔다.
이들의 보직해임을 계기로 양대 노총과 마사회는 지난달 16일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 합의했다. 현 고용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그런데 마사회가 지난 6일 박 본부장과 탁 처장을 각각 불법경마단속본부장과 경영기획처장에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대 노총은 "마사회가 박 본부장을 불법단속본부장으로, 탁 처장을 경영기획처장이란 핵심보직으로 은근슬쩍 복귀시킨 것은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우리를 우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과 탁 처장을 마사회가 안고 가는 것은 현재의 착취 체계와 기형적 고용구조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마사회는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에 임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박 본부장과 탁 처장 등 구태 적폐인사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사회는 난처해 하면서도 박 본부장과 탁 처장의 해임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박 본부장과 탁 처장은) 경마와는 관련이 없는 파트로 발령이 났다"면서 "배임이나 횡령 등 큰 잘못을 했다면 해임을 하겠지만, 그렇지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