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 없어 아동학대 무혐의 가닥…"버젓이 고개드는 건 소극적 처벌 탓"

  • 아동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카페가 이름을 바꿔 활동을 재개했다. 비상식적인 치료법으로 문제가 됐던 한의사는 최근 신간까지 내면서 다시금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한의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안아키)라는 카페가 최근 개설됐다. 아동학대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인터넷 카페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의 또다른 버전이다. 현재 카페 가입 인원은 2019명으로 질의응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김씨는 지난달 '화상 치료의 반란-응급조치는 찬물 아닌 따뜻한 물이다' 제하의 책을 출간했다. 김씨는 "연구 자료와 임상 경험을 통해 집에서 의료적 개입 없이 3도 화상까지 치료하는 법을 설명한다"고 신간을 소개했다.

    지난 5월 안아키 카페의 피해 사례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아동학대 등 사회적 공분을 산 이후 여전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시민단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안아키 치료법으로 아이를 치료한 부모들과 한의사 김씨, 카페 활동구성원을 아동학대 등 혐의로 신고했다.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의료법위반 등으로 한의사와 무면허 상담자들을 고발하면서 이에 대한 대구수성경찰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김씨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필수 예방 접종 안 하기·고열 소아 방치·간장으로 비강 세척·화상에 온수 목욕· 장폐색 소아환자에 소금물 치료·아토피에 햇볕 쬐기 등을 자연치유법이라고 소개하고, 수두파티를 권장하는가 하면 숯·능소화·해독제 등을 판매했다. '맘닥터' 응시시험에 합격한 회원을 임명해 무면허로 자연치유법 상담을 하도록 했다.


    그 사이 국회는 일명 '안아키방지법'을 추진 중이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예방접종을 거부하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는 감염병예방관리법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국민적 분노를 일으켜 안아키방지법까지 나오고 아직도 경찰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과 몇개월 만에 조롱이라도 하듯 버젓이 문제가 된 치료법을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의계-정부가 아동학대·불법의료 방치"


    아동학대 논란에도 카페가 재개설되는 등 비상식적 치료법이 성행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안아키 치료법으로 아이 치료를 시도한 부모들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27건 대부분은 무혐의 처리를 받고 있다. 전반적인 맥락에서 판단할 때 아동학대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복지부 아동권리과 관계자는 "고발 이후 아동호보전문기관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모았다"면서 "아동학대를 판단하려면 전반적인 맥락을 보고 결정한다. 해당 부모들이 아이를 낫게 하려는 과정에서 학대의 고의성이 없었고, 비상식적 치료이긴 하지만 여러가지 치료 시도 중에 안아키 방식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비정상적 치료를 용인함으로써 면죄부를 씌워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 대표는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의료방임이자 아동학대라는 복지부 가이드라인에도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는 온정주의로 인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고 있다"면서 "신고당한 부모가 전화해 '나는 병원에 나중에 데려갔다는데 내가 왜 아동학대냐'면서 따졌다. 카페에는 병원에 데려갔다는 말도 하지 않아놓고 그 글에 현혹된 많은 부모들이 여전히 아이를 고통받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의 대응은 다소 소극적이다. 당장 문제가 된 한의사를 제재할 방법이 없는데다가 논란이 커질 수록 한의학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안아키 논란 직후 한의사 김씨를 윤리위원회 회부해 최고 수위 징계인 회원자격 정지를 했다"면서 "현재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정부에서 면허권을 정지해야만 적극적인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반 협회 입장을 강경하게 냈다"면서 "카페가 새로 개설되고 책까지 내며 정당성만 주장하고 있어 한의계도 난감하다. 이후에는 이슈화되고 확대재생산되는 것 자체가 우리로선 불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씨의 의료행위의 불법성은 인정될 가능성은 높다. 복지부는 해당 한의사의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불법 가능성을 검토해 경찰에 의견을 전달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 품위손상의 경우 최대 1년의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자격정지 제재를 3회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복지부 한의학정책과 관계자는 "한의사 김씨의 특정 행위들이 한의학적으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아 의료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 검토 의견을 냈다"면서 "맘닥터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로 마찬가지 불법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안아키 카페가 주장하고 있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은 절대로 따라 하면 안 된다"면서 "자녀가 예방접종을 반드시 받도록 하고,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