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공급,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유입 예상송림4구역 분위기 양극화, 나홀로 노년층 이사 준비하기도
  • ▲ 송림4구역과 결합개발 추진 중인 대헌학교뒤 구역. 몇집만 남겨두고 철거된 상태다. =이보배 기자
    ▲ 송림4구역과 결합개발 추진 중인 대헌학교뒤 구역. 몇집만 남겨두고 철거된 상태다. =이보배 기자

     

    인천 송림4구역과 대헌학교뒤구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하 주환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인천시는 두 구역에 '주환사업 최초 결합모델'을 적용,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두 개의 구역을 하나로 묶어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해 사업성을 개선한다는 설명이다. 10년 가까이 사업이 방치됐던 인천 대표 노후지역 송림4구역을 직접 찾았다.


    "돈 벌이 없는 노인네들이 월 임대료 내야하는 임대아파트는 못 들어가지. 집이 작아서 보상비로는 분양아파트도 못 들어가. 우리는 그냥 살다가 이사 알아봐야지 뭐.(인천 송림4구역 고령의 거주자)"


    인천지하철 1호선 제물포역에서 버스로 대여섯 정거장을 지나 송림삼거리에 도착하면 전국 최초 주환사업 결합모델 대헌학교뒤구역과 송림4구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미 보상과 이주를 마친 대헌학교뒤구역은 몇 집을 제외하고 철거를 진행, 주변을 울타리로 막아놓은 상태다. 바로 옆 높게 솟은 휴먼시아 2단지와 인천재능대학교의 위용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철거지역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에서 만난 동네주민은 "주변에 아파트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가 더 침체되는 것 같았는데 작년에 보상 마무리 하고 올 여름 이사까지 마무리 했다"면서 "아파트 들어서면 옆에 휴먼시아 단지랑 구색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헌학교뒤구역 바로 길 건너 송림4구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파트 단지 앞으로 다닥다닥 붙은 소박한 상가 모습에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떠올랐다.


    달동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동네는 깔끔하게 관리돼 있었다.


    주환사업지로 선정되면 수리·보수에 인색해지기 때문에 동네 분위기 자체가 어두워지기 마련인데 송림4구역은 비교적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폐지수거 손수레가 유독 눈에 많이 띄어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송림4구역 일대를 둘러보니 송향로22번길을 기점으로 14번길과 32번길의 분위기가 달라 눈길을 끌었다. 14번길은 골목이 넓고 대부분 2층 주택으로 조성됐다면, 32번길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골목이 좁고 노후화된 건물이 많았다.


    C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동네 분위기가 조금 차이가 있다"면서 "32번길 쪽으로는 고령의 노인분들이 많이 살고, 14번길 쪽으로는 가족단위로 거주하는 주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길 건너 학교 밀집지역이 있어서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젊은이들의 유입이 예상되고, 가족단위 거주자들은 보상금을 받아 대헌학교뒤쪽에 공급 예정인 분양아파트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 같은 송림4구역이지만 송향로 14번길(왼쪽 위)과 32번길(왼쪽 아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대헌학교뒤구역. =이보배 기자
    ▲ 같은 송림4구역이지만 송향로 14번길(왼쪽 위)과 32번길(왼쪽 아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대헌학교뒤구역. =이보배 기자


    LH 관계자는 "송림4구역 주민들이 동네 관리를 잘 한 것은 맞다"면서도 "개발지역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건물의 노후는 더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림4구역 주민들도 대헌학교뒤구역 분양아파트 입주에 우선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임대와 분양아파트 중 선택해 입주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상액이 적은 분들은 분양보다 임대가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도 부담스러운 주민도 존재했다. 송림4구역에서 만난 고령의 주민들은 "내년에 보상을 해준다고 하는데 노인네들이 임대료 내야하는 임대아파트 들어가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보상비만으로 분양아파트 들어갈 여력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 중 한 할머니는 "일부건물이 노후화된 것 맞지만 그래도 달동네 소리 들을 만큼 엉망은 아닌 동네"라면서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보상비 받으면 이사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S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인근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의 대거 유입이 예상되지만 동네 토박이인 노년층의 재정착률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결합개발되는 대헌학교뒤구역은 전용 85㎡ 이하의 공공분양 920가구가 올 연말 착공을 앞두고 있고, 송림4구역은 청년주택 등의 공공임대주택을 계획해 내년 상반기 보상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