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문케어 정책 설계 시 전문가 의견 수렴 폐쇄성 지적"
  • ▲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지난 13~14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지난 13~14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른바 '블라인드리스트'로 말미암아, 문재인케어 설계 과정에 전문가 참여가 미흡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복수의 국회 야당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케어 정책 마련 과정에서 정부가 의견을 수렴한 외부전문가 명단인 이른바 '블라인드리스트'에 담긴 학계와 연구기관, 산하기관 등 전문가는 총 22명이다.


    블라인드리스트가 처음 거론된 건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국감장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복지부 문재인케어 입안 과정 시 참여했던 외부전문가 명단을 요구했지만 복지부가 당사자 정보제공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익명 처리해 제출한 것. 김 의원은 이를 '블라인드리스트'라 명명했다.


    복지부의 자료제출 거부는 정치공세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5년간 혈세 30조6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는 정책의 외부전문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새로 작성된 전문가 리스트가 공개됐지만 오히려 보건복지부의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케어를 반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를 중심으로 해당 리스트가 내부 정치 공세용으로 활용되면서 당사자들의 억울함은 더해지고 있다.


    리스트에 포함된 한 인사는 "정부가 문재인케어를 발표하기 이틀 전 진보와 보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문가들 몇몇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면서 "현실적으로도 정책 발표 직전 관계자 의견이 반영되기도 쉽지 않았고, 솔직히 그 자리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듣는다는 무게감 있는 자리였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입안에 참여해 정부 정책에 기여했다거나 수렴 과정에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것"이라면서 "대체 내가 왜 블라인드리스트에 포함됐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다른 인사는 "정책 과제들은 공약을 선택적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조각조각나 있어 포괄적인 정책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제안들을 했다. 여러 경로로 자문을 했었는데, 아주 일부만이 정책에 반영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다만 이번 정부의 특성상 인수위원회 기간도 짧고, 규모도 작았다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명단으로 포함된 의약단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의약단체 관계자는 "문재인케어 발표 일주일 전 복지부 관련 부서에서 식사하자고 하기에 만난 정도"라면서 "거기서 문재인케어 얘기를 꺼내서 '됐다, 밥이나 먹자'고 했다. 의견 수렴이라고 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충분히 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한 외부전문가는 없었다"면서 "자문회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책이 여러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시차를 여유롭게 갖고 미리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있다"면서 "전문가들의 의견 중에서도 정책 방향성과 다르거나, 우선순위 차이 등에 따라 밀린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도리어 이같은 정부의 해명이 정책 설계의 폐쇄성을 방증한다는 입장이다.


    처음 블라인드리스트 문제제기를 한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은 면피용이었던 것 아니냐"면서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