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위반을 부주의로 축소 '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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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수서발 고속철(SRT)이 정차역에 도착했지만, 승강문을 열지 않아 승객이 내리거나 타지 못한 채 종착역까지 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원인이 기장과 객실장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SRT 운영사인 ㈜에스알(SR)은 사과에 나섰지만, 규정 위반을 직원의 생리현상에 따른 부주의로 희석하려 해 눈총을 사고 있다.
SR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울산역에서 발생한 327호 열차의 승객 승·하차 관련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
18일 오전 10시50분 수서역을 출발한 부산행 SRT 327호 열차는 이날 오후 1시2분께 울산역에 정차했지만, 문을 열지 않고 멈춰섰다가 그대로 출발했다.
이 바람에 울산역에 내리려던 승객 110명이 부산역까지 간 뒤 다른 열차를 타고 예정시각보다 1시간쯤 늦은 오후 2시께 울산역에 도착했다. 울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15명도 열차를 타지 못해 다음 열차를 이용해야 했다.
SR은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해당 열차의 기장이 소변이 급해 울산역에 도착한 후 화장실을 가면서 승강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기장은 닫힌 승강문을 보고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은 줄로 착각해 열차를 출발시켰다는 게 SR 설명이다.
SR은 규정에 따라 피해를 본 승객에게 운임을 전액 환급 조처했다.
승강문 취급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보완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교육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SR은 정차역에 들어설 때 기장과 객실장이 무선으로 교신하도록 의무화하고, 정차 후 10초 이내 문이 열리지 않으면 수동으로 문을 열도록 매뉴얼을 바꿨다고 부연했다. 열차가 출발할 때도 신호상태를 무선통화로 확인하기로 했다.
돌발상황으로 기장이 운전실을 비울 때는 반드시 무전기를 가져가고, 운전실에 휴대용 용변기를 비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SR은 "이번 사고는 승강문 취급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담당자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업무절차를 전면 재점검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R이 직원의 규정 위반을 생리현상에 따른 부주의로 희석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R 매뉴얼에 따르면 열차가 정차하면 기장은 출입문을 열어야 하고, 객실장은 승객이 승하차를 마치면 이를 확인한 후 기장에게 출발신호를 줘야 한다.
사고 열차의 기장과 객실장 모두 조심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근무 규정을 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