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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사업을 하는 겸영은행들의 소멸된 카드 포인트는 최근 4년여간 800억원이 넘지만,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에는 단 1원도 기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업 카드사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엄연히 카드 사업을 하고 있는 겸영은행들이 정작 소멸 포인트로 운영되는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 등 겸영은행 11곳에서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은 '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겸영은행은 자율적으로 기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재단에 출연금을 지불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오는 25일이면 출범 6개월을 맞는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소멸되는 포인트를 재원으로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 고객들이 쌓은 포인트를 5년이 지나면 소멸돼 금융사의 수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소외계층 돕는데 쓰자는 취지였다.
이에 카드사업만 취급하는 신한·현대카드 등 전업 카드사들은 재단 설립시 각사의 소멸 포인트 규모에 따라 총 300억원을 모아 기부했다.
하지만 겸영은행의 경우 재단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곳도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이다.
겸영은행은 은행업외에 카드 사업도 같이 하는 은행으로 전업 카드사보다는 규모 작아도 똑같이 신용·체크카드 상품을 취급한다. 이에 따라 매년 수백억원의 소멸 포인트가 발생한다.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구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겸영은행의 소멸 포인트는 751억원이다. 올들어 6월 말까지 발생한 75억원을 더하면 824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325억원으로 가장 많고, 씨티은행 162억원, IBK기업은행 83억원 등이다. -
이처럼 겸영은행의 기부금 이력이 전무한 것은 기부 여부를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전법 68조에 따라 신용카드사업자라면 누구라도 재단에 기부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사업자는 자사 고객 요청이나 신용카드포인트가 소멸되면 그에 상응하는 규모만큼 재단에 기부 가능하다.
특히 겸영은행은 신용카드사업자이지만 여신금융협회원이 아닌만큼 기부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겸영은행도 소멸 포인트 기부 대상이지만 여신금융협회 회원사가 아니고 기부도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부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부 겸영은행의 기부 의지는 소극적인 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재단의 요청이 없어 (기부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일부러 기부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이 사업 속도 등 일정에 따라 요청을 하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