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무 무능 ·도덕성 논란에 김필건 회장 불명예 퇴진…직무대행체제 속 현안 연속성 '과제'
  • ▲ 회무 무능과 도덕성 논란으로 김필건 회장(왼쪽)이 탄핵되면서 서울시한의사회 홍주의 직무대행이 당분간 한의사협회를 이끈다. ⓒ연합뉴스
    ▲ 회무 무능과 도덕성 논란으로 김필건 회장(왼쪽)이 탄핵되면서 서울시한의사회 홍주의 직무대행이 당분간 한의사협회를 이끈다. ⓒ연합뉴스


    대한한의사협회 역사상 최초 직선제 회장인 김필건 회장이 결국 회원 손에 의해 탄핵됐다. 임기 내내 의(醫)-한(韓) 간 뜨거운 갈등의 핵이었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입법 이슈를 이끌고온 만큼 정책 추진 동력에도 귀추가 쏠린다.

    23일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우편 및 인터넷으로 진행한 회원투표 결과, 김필건 회장의 해임이 결정됐다.


    정관에 따라 한의사협회는 소속 회원이 가장 많은 지부인 서울시한의사회의 홍주의 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3개월간 임시집행부를 이끈다. 협회는 3개월내 보궐선거를 통해 신임 회장을 뽑아야 한다.


    최초의 직선제 회장으로 연임 성공했던 김필건 회장의 행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침술, 침전기자극술 등 일부 한의 수가가 내려가면서부터다. 한의사들 반발에 정책 실추에 대한 책임으로 자진사퇴를 카드를 꺼냈다가 돌연 이를 철회한 김 회장은 이후 배임횡령 비리와 탄핵을 요구하는 회원 폭행 등 물의를 빚으면서 결국 끌어내려졌다.


    김 회장의 회무 공백을 메울 직무대행과 3개월 내 새로 자리할 신임수장은 현대의료기기입법 등 굴직한 한의계 현안의 연속성 있게 끌어가야 할 과제를 받았다.


    그는 임기 내내 한의사들이 X-레이 등 진단용 현대의료기기 사용하도록 하는 입법 추진에 매진했다. '환자 편의'를 이유로 10여년간 한의계가 숙원해온 사업이기도 하지만  '환자 안전'을 명분으로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의-한 간 갈등의 불씨가 된 의제다. 김 회장의 임기와 함께한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현대의료기기법 추진이 여느 때보다 적극 논의되면서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의 골이 깊었다. 특히 김필건 회장은 현대의료기기인 골밀도측정기를 직접 시연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법제화를 요구하며 14일간 곡기를 끊는 등 강경투쟁을 벌였다.


    한의계 내부에서는 오히려 김 회장이 강경노선을 걸으면서 이슈 만들기에는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소득은 없을 뿐 사방이 적인 상태로 만들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의사협회 서울 지역 한 대의원은 "그간 한의사협회는 현대의료기기 문제를 풀면서 공격적인 노선만 취할 뿐 합리적인 의제로 정부나 의료계, 국회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자신의 실리를 위해 회원들을 선동하는 방식이 아닌 전문가로서 정책 설득에 나서는 접근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의원은 "회무 무능력, 도덕성 논란으로 수장이 바뀐 만큼 임시집행부, 새로 꾸려질 집행부 모두 여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 의약단체, 국회 등 어긋난 대외관계를 봉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홍주의 직무대행은 "시도지부장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긴급한 사안을 처리할 준비가 돼 있고, 새 집행진은 향후 각종 한의계 현안 및 의권 사업과 입법 준비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협회 파행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적폐청산의 과정을 거쳐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회무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그는 "대외적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대립의 모습이 아니라 상생과 화합의 발전적 대외관계 복원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