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400명 방문 예상…뚜껑 열어보니 1/3 수준주인공 ‘서민’은 없고 주최측, 관계자만 행사장 지켜
  • ▲ 8일 서울 당산동에서 열린 서민금융&취업 박람회 채용관의 오전 10시35분 모습(왼쪽)과 오후 4시30분 모습 ⓒ뉴데일리
    ▲ 8일 서울 당산동에서 열린 서민금융&취업 박람회 채용관의 오전 10시35분 모습(왼쪽)과 오후 4시30분 모습 ⓒ뉴데일리


    금융감독원 주최로 8일 서울 당산동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취업 박람회 현장. 이곳의 오후 4시30분 풍경은 오전과 똑같이 한산했다.

    한쪽에서는 금감원 관계자의 금융자문서비스 특강이 한창 진행중이었지만 이를 듣는 사람들은 열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었다.  

    다른 한 쪽의 서민금융 상품 상담 부스와 채용관은 행사 종료까지 시간이 아직 남아있음에도 행사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짐정리하기 바빴다.  

    그나마 오전 10시 행사 시작 때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등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을 때가 취재 열기 등으로 훨씬 붐볐을 정도다.

    이처럼 금감원이 한 달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서민금융&취업 박람회'가 흥행 참패로 끝이 났다.

    금감원은 8일 이번 박람회에 은행 등 40개 서민금융 유관기관 및 구인 기업체가 참가해 서민 금융 상담, 일자리 상담 등을 실시, 약 1400명의 서민들이 박람회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박람회의 주인공인 '서민'은 없고 주최측과 행사 관계자만 행사장을 지켰다.

    한 행사 관계자는 "이거(방문객 명찰) 받아서 입장한 사람은 한 300명 잡으면 될 겁니다"라고 전했다.

    행사에 방문한 사람들은 방문객(Visitor)라는 명찰을 받아 입장하는데, 이를 배포한 규모가 약 300명 정도로 보면 된다는 얘기다.

    당초 금감원이 예상한 1400명에 비하면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방문객 명찰을 받았다가 돌아갈 때 반납하면 김을 사은품으로 주는데 이 사은품도 오후 들어 박람회 참가 기관들에게 일괄 배포했을 정도다.

    오전 행사에 참가한 서민들도 활발하게 서민금융이나 채용 상담을 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교육을 들으러 왔다지만 정작 상담이나 채용에는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오전 10시 개회식 직후 한 참석자는 참가 경로를 묻는 질문에 "단체로 왔다. (개회식이 끝났지만) 12시까지 여기 앉아 있으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비·보험 설계사·산모 건강관리사 등을 선발하는 중소기업 채용관은 더욱 처참했다.

    당초 금감원은 170명에게 새 직장을 찾아주겠다며 채용관을 설치했는데 채용 공고는 16곳에 불과했다. 

    이마저 오전 10시나 오후 4시나 똑같이 한산하기만 했다.

    특히 행사 종료 시간 5시 이전에 일찌감치 채용 부스를 닫아놓은 기업들이 즐비했다.

    앞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장에 취업 준비생이 8000명이 참여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사실 이는 예견된 결과다. 당초 금감원이 행사 사전참가신청 접수시 참가자의 11.9%만이 취업 상담을 원했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이에 금감원의 이번 박람회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민금융에 대해 홍보를 하고 일자리도 찾아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서민'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사 종료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채용관에서 짐을 정리하던 A씨는 "옆에 있는 채용 부스는 정리하고 간 것 같다"며 "오늘 사람 별로 없던데요"라며 채용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서민금융&취업 박람회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을 소개하고 금융기관 등이 직접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기 위해 매년 11월 진행되는 연례 행사다.

    금감원 주관으로 진행돼 금융기관들과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꾸려지며, 약 한달 전에 사전 참가 신청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