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통상임금 2심서 '패소' 부담금 2000억 추산잘하던 성일모 수석사장 자리 뺐은 이유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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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연합뉴스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연합뉴스


    5년만에 만도 경영일선에 복귀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통상임금 패소라는 악재를 만났다. 부회장 승진까지 유력하게 점쳐졌던 성일모 만도 대표이사 수석사장을 한라홀딩스로 밀어내면서 복귀한 터라 안팎에서 의구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칫하면 오너십 경영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만도 근로자 42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짝수달에 지급된 상여금은 정기적으로 지급된 임금이어서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설과 추석 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된다고 제외시켰다.


    즉, 사측은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근로자들이 청구한 21억7864만원 가운데 16억644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회사 부담금이 전체 4200명으로 확대 적용할 경우 최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매출액 5조8664억원, 영업이익 3050억원, 당기순이익 2101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기아차가 올 3분기에 통상임금 패소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통상임금 패소로 만도가 4분기에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타이밍과 명분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지난달 만도 대표이사에 복귀했다. 5년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이다. 한라그룹 측은 정 회장의 복귀 이유에 대해 책임경영을 이유로 들었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시장의 외부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복귀로 그동안 만도의 성장을 주도했던 성일모 대표이사 수석사장은 한라홀딩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일 잘하던 전문경영인을 사실상 2선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이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아니어서 정 회장이 무리하게 전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성일모 수석사장이 그룹의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좌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주사 밑에 만도가 포함돼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 회장이 야심차게 복귀한 만도는 통상임금 패소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정 회장의 책임은 아니지만,  복귀 이후 첫 성적표에서 낙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바꿔 말하면 성일모 한라홀딩스 대표는 통상임금 책임에서 운좋게 벗어난 셈이다.


    정몽원 회장이 내년에 글로벌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상임금 이슈는 물론 미래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만도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만도는 이번 통상임금 2심 판결에 대해 기업경영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