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도 9에 해당하는 지진에 대한 내진성능 테스트를 통과한 경동나비엔 보일러. ⓒ경동나비엔
    ▲ 진도 9에 해당하는 지진에 대한 내진성능 테스트를 통과한 경동나비엔 보일러. ⓒ경동나비엔

     

    "지진 걱정 없는 경동나비엔 보일러, 안심하고 사용하세요." 경동나비엔이 포항 지진 발생 직후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 내용이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진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기상청이 5.4 규모의 지진 발생에 따른 긴급 재난 문자를 보낸 지 약 2시간 후인 15일 오후 4시30분께 각 언론사에 홍보자료를 뿌렸다.

     

    주요 내용은 '규모 7.0 이상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동성능 인증을 받았다. 경동나비엔의 모든 보일러 제품은 지진에도 폭발이나 가스 누출 등의 걱정 없이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홍보자료 배포 시점이 여진과 인명 피해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관련 서비스에 대한 문의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동나비엔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지진에도 끄떡없는 보일러'라며 자사 제품의 내진성능을 직접 알리고 나서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동나비엔측은 가스를 사용하는 보일러의 특성상 지진 등으로 가스가 새면 폭발과 화재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는 와중에 홍보 자료를 내놓으면서 "주변 아픔은 생각지도 않은 채 제품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 포항 지진 피해로 인해 이재민들이 인근 체육관으로 대피한 모습. ⓒ연합뉴스
    ▲ 포항 지진 피해로 인해 이재민들이 인근 체육관으로 대피한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감지 기능으로 주목받았던 경쟁사 귀뚜라미를 의식해 이번 포항지진을 성급하게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진감지기를 도입한 귀뚜라미 보일러는 경주지진 당시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폭발과 화재 등 2차 피해를 미연에 막아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실용적인 기술로 여겨졌다. 이후 귀뚜라미는 이를 적극 활용해 자사 제품을 홍보해 왔다.

     

    하지만 귀뚜라미의 홍보 활동은 경동나비엔과 다소 차이가 있다. 귀뚜라미의 경우엔 경주 지역 주택가에 설치된 보일러 상당수가 지진을 감지해 가동이 중단되면서 알려진 케이스다. 보일러가 가동을 멈추자 소비자들의 고장 접수 전화가 빗발쳤고 회사 측이 긴급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진 등 자연재해를 제품 홍보에 활용하려는 행태는 기업 윤리에 맞지 않다"며 "제품 홍보에 앞서 주변의 아픔을 먼저 챙기고 돌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