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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효성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재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효성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만큼, 이번 수사의 칼끝이 친 MB 기업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즉, MB를 압박하기 위한 과정으로 친 MB기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20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검찰이 3년 만에 효성의 '형제의 난'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그 뒷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 2부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와 계열사 1곳, 납품업체 2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효성그룹 경영진 차원에서 계열사 등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아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효성그룹 내 형제간 갈등은 지난 2014년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을 계열사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전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 등 효성을 상대로 건 소송만 30여건에 이른다. 이에 검찰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당초 효성그룹 관련 사건을 조사부에 배당했다가 이듬해 3차장 산하의 특수부에 배당해 수사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이후 올해 9월 다시 조사2부에 재배당됐다. 때문에 관련 조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던 참이었다.
효성 총수 일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로 맺어져 있다. 조 전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아들인 조현범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다. 기업들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도 효성과 전 정권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대기업 수사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을 겨눈 검찰의 칼끝도 단순한 비리 사건이 아니라 적폐청산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명박 정부에는 손을 별로 못 댔기 때문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명박 정부가 타깃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과 함께 '친 MB기업'으로 알려진 롯데그룹도 검찰의 강한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게는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이 구형됐다. 이를 두고 검찰이 다소 무리한 구형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 바 있다.직접적인 사돈관계인 한국타이어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제기되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조양래 회장의 경영철학이나 회사의 조직문화가 정치권에 크게 관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대기업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전 정권과 친밀했다는 이유로 사정의 주요 타깃이 된 대기업들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다면, 기업 이미지와 성장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는 우려에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박근혜 정부 때 검찰의 압박을 받았던 기업들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면 기업들의 성장동력이 꺾이고 경쟁력도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며 "범죄를 찾아내기 위해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효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친 MB 기업들을 향한 압력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말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효성 관련 수사는 계속 진행돼 왔던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과 연관짓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효성 역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효성 측은 이번 수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전 정권과 수사가 본격화된 것을 연관짓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