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운행 프리미엄 버스 승차율 50% 그쳐코레일, KTX 단골 이탈 적고, SR 최대 지분에 여객수익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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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T.ⓒ연합뉴스
본격적인 장거리 대중교통 삼각 경쟁에서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함박웃음을 짓고 KTX가 미소를 지은 반면 프리미엄(초우등형) 고속버스는 울었다.
알짜배기 노선에서 '10% 싸고 10분 빠르게'를 내세운 SRT는 빨대 효과를 보이며 KTX와 프리미엄 고속버스 시장을 잠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KTX는 예상과 달리 단골 이탈의 충격파가 크지 않고 최대 지분을 가진 SRT의 호실적이 여객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울상은 피했다.
22일 ㈜에스알(SR)에 따르면 SRT는 다음 달 9일 개통 1주년을 맞는다.
개통 이후 운행실적을 보면 지난 19일 현재 누적 이용객은 1800만4705명이다. 운송수익은 총 5180억7100만원이다.
노선별로는 경부선 1373만1308명(상행 678만1317명, 하행 694만9991명), 호남선 427만3397명(상행 220만5700명, 하행 206만7697명)으로 집계됐다.
경부선은 평균 3만9675명, 호남선은 1만2351명이 SRT를 이용했다. 경부선 이용객이 전체의 76.3%를 차지했다.
최대 수송 인원은 주말인 지난달 28일 7만6095명이다.
요일별로는 토요일과 금요일에 평균 6만2437명과 6만1536명이 이용해 탑승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주중 화요일은 4만3576명으로 가장 적었다. 토요일 이용객과 비교하면 70%쯤이다.
탑승률이 높은 시간대는 △오후 4~7시(20.8%) △오후 1~4시(19.4%) △오전 7~10시(17.2%)였다.
구간별로는 수서~부산이 누적인원 139만6247명(평균 40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부산~수서 138만1307명(평균 3992명), 수서~동대구 110만2053명(평균 3185명), 동대구~수서 109만1662명(평균 3155명), 광주송정~수서 71만1846명(평균 2057명) 등의 순이다.
역별 누적 이용객 수도 수서역, 부산역, 동대구역 순으로 많았다. 반면 공주역은 승차 2만1457명, 하차 2만2038명으로 가장 이용이 저조했다. 정읍역과 나주역도 각각 19만6647명과 21만9104명으로 이용객이 적었다.
월별 이용객을 보면 개통한 지난해 12월 100만9477명에서 올 1월 147만6053명으로 한 달 만에 46.2%나 늘었다. 설 명절 이용객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후 2월 138만명대로 이용객이 줄었다가 석 달 뒤인 5월 153만명대로 설 대수송 기간 이용객을 넘어섰다.
SRT 이용객은 7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며 171만명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8월 167만명, 9월 165만명대로 주춤하며 감소세를 보였다. 추석 연휴가 낀 지난달에는 177만명대로 이용객이 다시 증가했다.
승차율은 평균 59.6%를 기록했다. 노선별로는 경부선 59.4%, 호남선 48.5%다. 주중은 55.9%(경부 59.8%·호남 45.6%), 주말 63.6%(경부 65.0%·호남 59.0%)로 나타났다.
이용객이 많은 경부선 부산방향의 경우 월별로 편차는 있으나 4월부터 꾸준히 60만명 이상을 실어나르며 제2 고속철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호남선 평균 이용객이 경부선의 3분 1 수준에 그쳐 경부선 편중이 심하지만, 전반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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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고속버스 내부.ⓒ국토부
반면 오는 25일로 운행 1주년을 맞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1992년 우등고속 도입 이후 24년 만에 내놓은 상품이다. 최대 160도(°)까지 눕혀지는 좌석을 비롯해 각종 첨단안전·편의시설을 갖춰 항공기에 비견되며 '달리는 일등석'으로 눈길을 끌었다.
도입 초기부터 운행했던 서울~부산·광주 운행실적을 보면 이달 15일 현재 서울~부산 13만4606명, 서울~광주 20만4333명이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월별 평균은 서울~부산 1만1217명, 서울~광주 1만7027명쯤이다.
SRT와는 반대로 광주노선이 부산노선보다 1.52배쯤 이용 승객이 많다.
지난해 11월25일부터 12월31일까지 광주노선 승차율이 주중 65%, 주말 87%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같은 기간 부산노선 승차율은 주중 69%, 주말 91%로 각각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승차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월별 이용실적에도 나타난다. 서울~광주노선 이용객은 지난해 12월 1만8582명에서 올 1월 1만6623명, 2월 1만5186명, 3월 1만3336명, 4월 1만3663명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경부노선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1만1823명에서 올 4월 8788명으로 줄었다.
여름 휴가철과 단풍 여행철을 맞아 7월 이후 이용객이 대폭 늘긴 했으나 9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졌다.
서울~광주노선의 경우 6월 1만3421명이던 이용객은 7월 들어 2만4629명으로 1.84배 증가하며 반등했으나 8월 2만495명, 9월 1만7294명으로 다시 줄어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고속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 도입할 때는 평균 승차율 80% 이상을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이용객 만족도는 높지만, 신규 이용객 유입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기존 우등형 고속버스 이용객이 좀 더 편리한 프리미엄 고속버스로 옮겨탔을 뿐 KTX나 SRT 등 열차 이용객이 교통수단을 고속버스로 옮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 SRT와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비슷한 시기에 개통하면서 그동안 접근성을 이유로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하던 서울 강남권 승객이 SRT로 이동할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SRT가 KTX보다 10% 저렴한 요금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도 이런 옮겨타기를 부채질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버스가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이동시간이 길어서 애초 비싼 가격에도 고속열차를 이용하던 승객을 신규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저렴한 일반형 고속버스를 타는 승객도 돈을 더 내고 프리미엄 버스로 옮겨타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운송사업자로선 버스 가격은 우등형보다 7000만원쯤 비싼 데 21석을 모두 채워도 수입은 28석인 우등형보다 낮아 서비스를 급속히 확대하기도 어려운 처지"라며 "고객 선택권이 확대되고 이용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인 효과"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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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산천.ⓒ연합뉴스
SRT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을 거라 예상했던 KTX는 피해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승객은 줄었지만, 감소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SRT 호실적에 여객수익이 증가하는 등 실리를 챙길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구체적인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KTX 이용객이 감소했다는데 이견은 없다.
지난 3월28일 한국교통연구원의 '철도경쟁도입 100일간의 변화' 분석 자료를 보면 SRT가 개통한 지난해 12월9일 이후 100일간 KTX 운행실적을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전체 이용 승객은 142만4237명이 줄었다. 하루 평균 1만4533명꼴이다.
이는 2013년 대한교통학회가 수도권 고속철도 운영 관련 수송수요예측 연구에서 전망했던 승객 감소분의 41.5%에 그치는 수치다. 당시 교통학회는 SRT가 개통하면 하루 3만5000여명의 기존 KTX 승객이 SRT를 이용할 거로 내다봤다.
SRT 경부선 평균 탑승객이 3만9675명임을 고려하면 KTX 승객 감소 폭은 36.6%로 더 줄어든다.
지난해 코레일은 교통학회 발표자료를 근거로 올해 영업손익을 1704억원의 적자로 예측했다. SRT와의 가격 경쟁으로 주중·주말 운임을 낮출 경우를 가정했다. 코레일은 할인 없이 당시 운임 체계를 유지해도 331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할 거로 분석했다.
알려진 바로는 코레일의 올 상반기 영업손익은 155억원 적자다. 예측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기존 단골손님의 이탈 규모가 예상보다 작은 데다 정확한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코레일이 SR의 최대 주주이다 보니 SRT 호실적에 따른 여객수익 증가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SR에 열차(22편성)를 임대해 얻는 수익과 차량 유지비용 절감, 정비 수수료 등도 코레일 영업손익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SRT 출현으로 천수백억 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앓는 소리를 냈던 코레일로선 일부 단골을 빼앗겼지만, 전반적인 고속열차 운행횟수 증가에 따른 이용 승객 확대와 여객수익 증가 등으로 적잖은 실리를 챙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