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준수·구명조끼도 입어… 선실서 빠져나올 겨를 없고 차가운 수온·강한 물살도 인명피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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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싯배 전복 사고.ⓒ연합뉴스
3일 인천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낚시어선이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 수가 13명으로 늘었다.
물에 빠진 22명 중 20명이 구조됐고, 실종자 2명에 대해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 어선은 정원을 초과해 낚시꾼을 태우지는 않았으며 구조 당시 승객은 구명조끼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대부분이 배안에서 발견된 점을 들어 충돌 당시 충격이 커 탈출 겨를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철 낮은 수온과 사고 해역의 강한 물살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9분께 인천 영흥대교에서 남쪽으로 2해리쯤 떨어진 해상에서 낚시어선 선창1호(9.77t)와 급유선 15명진호(336t)가 충돌해 낚시어선이 뒤집혔다.
이 사고로 낚시어선에 타고 있던 승객 20명과 선원 2명이 바다에 빠졌다.
급유선은 인명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명이 구조됐고, 이 중 7명이 생존했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6명이 끝내 숨져 사망자 수는 13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30대 1명, 40대 8명, 50대 3명, 60대 1명이다.
생존자 7명은 시흥 시화병원과 인천 길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시화병원에서 치료받던 2명은 퇴원했다. 이들은 부축 없이 스스로 걸어서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현재 함정 19척과 항공기 5대를 동원해 나머지 2명에 대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 설명으로는 사고 당시 배가 뒤집히면서 낚시어선에는 빠져나오지 못한 13명이 갇혔고, 나머지 9명은 바다에 빠졌다.
생존자 중 3명은 낚싯배에 갇힌 상태였으나 다행히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해 구조대와 연락이 이뤄지면서 구조됐다.
바다에 빠져 표류하던 나머지 생존자 4명은 충돌한 급유선의 선원들이 구조했다.
해경은 사고 난 선창1호가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었고, 이날 출항도 신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배는 자동항법장치와 GPS 등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구조된 승객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낚시어선이 오전 6시 인천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지 9분 만에 이동하는 도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본다"며 "승객을 꽉 채워 운항했지만, 정원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자세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2015년 9월 제주도 추자도 해역에서 발생한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이후 최악의 낚싯배 사고다. 당시 돌고래호 사고로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었다.
이번 사고 인명피해가 큰 것은 충돌 당시 충격이 커 낚시꾼들이 배에서 재빨리 탈출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망자 13명 중 11명이 선내에서 발견된 데다 바다에서 표류하다 숨진 낚시꾼은 2명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낚시꾼들이 선실 내부에 많이 있었고, 당일치기로 새벽에 출발해 선실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돌 당시 신속한 대응이 늦어졌을 거라는 설명이다.
겨울철이어서 수온이 차가웠고, 사고 해역의 물살이 강해 낚시꾼이 사고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해수부는 이날 오전 7시40분께 어선사고 위기단계 심각단계를 발령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인근 어선에 구조협조를 구하고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항행안전에 주의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인근 인천·평택지방청에 관공선을 동원해 수색을 지원하고, 구조요원을 최대한 투입해 인명구조에 온 힘을 쏟으라"고 지시했다고 해수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