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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증권업계에서 발행어음 1호 이자 유일한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이 관련 사업에 고삐를 조인다.
반면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이 발행어음이 판매 1주일여 만에 판매실태 점검에 돌입하며 견제에 나섰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처음 판매된 초대형IB 퍼스트 발행어음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자 지난 11일 곧바로 퍼스트 발행어음에 대한 2차 판매에 돌입했다.
1차 판매와 같은 조건인 기간물 금리(연 2.3%)로 다시 판매되는 퍼스트 발행어음 2차는 판매한도(마감)를 별도로 정하지 않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나홀로 발행어음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역시 한국투자의 1호 발행어음사업자 선점 효과와 더불어 최소 올해 말까지는 경쟁자가 없는 독점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사 대비 최소 한달 이상 발행어음 사업자 지위를 홀로 유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4조4020억원인 한국투자증권은 약 8조8040억원까지 발행어음의 발행이 가능하다"며 "퍼스트 발행어음 1차가 이틀만에 5000억원이 완판된 것을 감안하면 사업 확대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투증권이 거침없는 초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넘어야 할 과제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개입하며 속도 조절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한국투자증권 본점과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발행어음 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발행어음이 생소한 상품이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안고 있는 만큼 이자율과 만기, 위험성 등 상품 주요 내용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금감원 측은 "향후 초대형IB 단기금융업무 추가인가를 받는 회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발행어음 판매실태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표적 점검'에 대한 시선을 차단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점검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시점이 퍼스트 발행어음 1차 판매를 끝내고 2차 판매에 돌입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업계와 당사자 한국투자증권의 의구심은 높아졌다.
특히 이제 시작한 사업에 대해 갑작스럽게 어음 판매 실태 점검에 돌입한 점을 두고 배경에 관심을 갖는 시선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속적으로 발행어음 판매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은행권이 금감원을 상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틀 만에 5000억원어치 물량이 마감될 만큼의 판매 속도는 증권업계는 물론 은행권에서도 이례적인 일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 충분히 견제를 받을 만한 이슈인 것은 맞다"면서도 "은행권이 은행연합회를 필두고 초대형IB에 대한 부정론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당국이 발행어음 사업 초기부터 집중 견제에 돌입한 점은 형평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항상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며 "발행어음 첫 상품판매와 성공 직후 시작된 점검이 한투증권은 물론 후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업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