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中 사드보복 탓에 판매량 급감기아차, 통상임금 패소로 1조원 충당금 반영수입차, 인증·안전 논란 속에서도 판매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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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유난히도 힘든 한해를 보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 내 판매는 급감했으며, 기아차의 통상임금 패소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차와 한국지엠은 아직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해 여전히 파업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판매 부진이 지속되자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은 수장을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올 한해 철수설에 시달린 한국지엠은 구원투수로 카허 카젬 사장을 신규 선임하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박동훈 사장 후임으로 도미니크 시뇨라(Dominique SIGNORA) 사장을 신규 선임하며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18일 뉴데일리경제는 2017년 자동차업계 주요 뉴스를 정리해봤다.

    무엇보다 올 한해 자동차업계를 휩쓴 이슈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었다. 특히 중국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는 이 사태가 글로벌 판매 감소에 직격탄이 됐다.

    현대차의 올해 1~11월 글로벌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6.1% 줄은 409만6332대에 그쳤다. 이 중 해외공장 판매는 255만2484대로 11.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공장에서의 부진이 전체 해외판매 감소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기아차의 올해 1~11월 글로벌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7.8% 줄은 249만3157대에 그쳤다.

    하반기 업계 최대 이슈는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이었다, 사측은 노조에 패소하며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기아차 노조 2만7424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측은 약 1조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패소에 따라 3분기 9777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해, 10년만에 분기 영업이익 적자라는 쓴맛을 봤다.

    업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음에도 노조의 이기적인 파업 행태는 올해도 지속됐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완성차 노조들은 회사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행태를 일삼으며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를 구석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강성으로 소문난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불발로 올해 현재까지 10차례 파업했다. 특히 지난달 24일에는 노조가 코나 생산라인 확대에 반발해, 생산라인 일부에 쇠사슬을 묶어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한국지엠 역시 임단협을 끝내지 못해 노사간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지엠은 임단협을 재개하며 카허 카젬 사장이 노조와 처음 자리를 가졌지만, 입장차가 워낙 커 연내 타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같이 현대차와 한국지엠은 아직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아 여전히 파업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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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지엠, 르노삼성은 연이어 수장을 교체해 관심을 끌었다. 한국지엠은 지난 9월 1일 제임스 김 사장 후임으로 카허 카젬(Kaher Kazem) GM 인도(India)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카젬 사장은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지엠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지난달 수장을 바꾸고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11월 1일 박동훈 사장에 이어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시뇨라 사장은 2006년부터 약 4년 동안 RCI 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유럽을 비롯해 태국, 멕시코, 브라질,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며 뛰어난 업무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시장에서는 올해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 소형에서 대형 SUV까지 출시하며 소비자의 선택폭을 확대시킨 점이 주목받았다. 현대차는 첫 소형 SUV 코나를 국내에 내놓으며 B 세그먼트 SUV 시장을 넓혔으며, 쌍용차는 G4 렉스턴을 출시하며 SUV 명가로서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사라지는 차종도 몇몇 나왔다. 한때 회장님차로 불리우며 큰 사랑을 받았던 쌍용차의 체어맨은 올해를 끝으로 생산 중단된다. 그랜저의 명성을 잇겠다며 야심차게 출시된 현대차의 아슬란 역시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에 사라진다. 두 모델 모두 극심한 판매 부진 탓에 결국 단종이라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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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인증, 안전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수입차 인증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진 상태라고 하지만, 벤츠와 BMW, 포르쉐 등 인기 브랜드들의 연이은 부정 인증 소식은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세관 및 환경부는 BMW, 벤츠, 포르쉐 등 3곳의 독일차 브랜드가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변조 및 미인증 부품 교체 등을 단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총 과징금은 703억원이 부과됐으며, BMW가 60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BMW는 적발된 모델 중 현재 판매 중인 차량을 즉각 판매중지 조치했다. 벤츠도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고 즉각 해명했다. 포르쉐는 이미 지난해 관련 내용을 자진 신고한 상황이다. 독일차 브랜드들은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 사태가 있었던 만큼 발빠른 대응으로 타격을 최소화했다.

    독일차 외에도 일본 수입차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특히 혼다코리아의 '녹·부식' 논란이 가장 뜨거웠다. 혼다의 2017년형 CR-V 및 어코드 4000여대의 경우 차량 내부에서 녹슨 모습이 대거 적발됐다. 고객들은 녹·부식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YMCA자동차안전세터를 통해 검찰 고발 등에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는 올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현장에서 정 대표는 "혼다코리아는 단순 판매법인일 뿐"이라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판매량이 오히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11월 누적 기준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총 21만2660대로 전년 대비 3.7% 상승했다. 인기 독일 브랜드인 아우디·폭스바겐이 빠졌지만 토요타, 렉서스 등 하이브리드를 발판으로 한 일본차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1만660대로 전년 대비 28.5% 증가했고, 렉서스는 1만1294대로 전년 대비 23.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