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71억달러 수주… 2년 연속 300억달러 하회 전망유가 하락 멈춰도 획기적 발주 여건 변화 기대 어려워중국·유럽 등 경쟁사 성장으로 수주경쟁 가열 전망해소되지 않은 부실 우려… "모니터링 강화해야"
  • ▲ 자료사진. 이란 테헤란의 정유소 전경. ⓒ연합뉴스
    ▲ 자료사진. 이란 테헤란의 정유소 전경. ⓒ연합뉴스


    "내년 사업이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깔려있습니다. 특히나 내년 국내 주택시장이 불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려 목표액을 높게 잡는 분위기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일선 사업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

    국내 건설기업들이 2년 연속 300억달러에 못 미치는 신규수주액을 기록한 가운데 내년 업황 역시 뚜렷한 개선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멈추면서 발주 여건은 나아질 전망이지만,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과 유럽업체들의 성장으로 수주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또 다시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추가 원가 발생과 같은 돌발 변수가 상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외 부진 털어내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분석 결과 올해 국내 건설기업이 신규수주한 금액은 모두 27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1억달러에 비해 8.08%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281억달러에 이어 2년 연속 300억달러를 하회할 공산이 높다.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수주는 2010년 715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2~2014년 6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5년(461억달러)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유위성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유가로 중동 국가 재정난을 보인 것도 문제지만, 파이낸싱 계획 등 까다로워진 발주처의 요구 조건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논의가 지속되던 프로젝트 결과들은 보통 4분기에 결과가 나오는데, 현재 분위기로는 이 같은 기대감을 갖기 어려워 지난해에 못 미치는 수주액을 기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유가의 긍정적인 흐름에 힘입어 올해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 신규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 건설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금융조달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내년 사정 역시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내년 각종 규제 여파로 그동안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이끌어 온 국내 주택시장 전망이 불안해지면서 건설사들이 해외실적 확대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고민은 여전히 크다.

    일단 유가 상승에도 수주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유럽업체 등의 적극적 수주전략으로 수주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록 유가가 다소 상승했어도 활황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도급형 발주는 제한될 전망"이라며 "해외수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급형 프로젝트는 감소하는데 국가 간 경쟁은 치열해져 해외건설 수주의 성장성 제한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유가 상승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점과 △GCC(걸프협력회의) 주요국 재정 적자 지속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간 갈등 심화와 같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 △유럽업체들의 공격적인 수주 전략 등을 고려해 내년 해외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점진적인 국제유가 회복, 글로벌 인프라 투자 성장 등 영향으로 발주 환경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건설사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된 기술 격차와 가격경쟁력, 금융주선 역량 등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내년에도 높은 수준의 경쟁 강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현 나이스신평 책임연구원은 "국내 건설기업들의 주력 섹터인 중동 산유국 플랜트 발주량은 국제유가에 약 1년 후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요의 경기 민감도가 높으며 가격경쟁력이 주된 경쟁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발주량 및 환율, 금리, 원자재가격 등의 거시변수 변동에 취약한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최근 중국, 터키 등 신흥국 건설사들이 가격경쟁력 우위와 금융주선 역량 및 기술력 제고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함에 따라 경쟁 강도가 심화되는 추세"라며 "이는 수주잔고의 채산성 저하로 연결돼 건설사들의 수익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해소되지 않은 해외부문 부진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실제로 올 들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사업 부진이 지속됐고, 그로 인해 재무안정성까지 저하됐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빅배스를 단행했음에도 지난 3분기에 카타르 토목공사(공기지연), 모로코 사피 발전소(시운전 지연) 등에서 추가 원가가 발생하면서 '어닝 쇼크'가 재발, 업계에 잔존해 있는 해외부실에 대한 우려를 상기시킨 바 있다.

    한화건설 역시 3분기에 손실을 선반영하면서 11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은 당초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라픽 프로젝트 400억원, 사우디 얀부2 수력발전소 600억원 등 총 도급액 1조9000억원의 5%가량인 1000억원 정도만 반영할 계획이었으나, 발생이 예상되는 손실을 이번 분기에 대거 반영했다.

    선영귀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해외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업체 실적 방향성은 해외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며 "이에 문제 사업의 준공 시기 및 추가 손실 발생 여부와 신규수주 회복 및 신규수주 물량의 채산성 확보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6년 이후 건설기업들이 향후 발생할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추가 발생 가능 이익은 확정시점에 반영해 분기별로 손익 편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며 "결국 추가 발생 가능 이익의 확정시점이 준공협상 단계이지만, 현재 상당수의 사업이 준공협상 단계 이전이라서 아직까지는 손실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현안 사업장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