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현수심 기준-내년 4백만㎥ 채취"… 해수 "원수심-협의 거쳐야"2022년 해사 공급 비중 5%로 감축… 수산업계 "전면 금지해야" 반발
  • ▲ 바닷모래 채취 금지 촉구.ⓒ수협
    ▲ 바닷모래 채취 금지 촉구.ⓒ수협

    정부가 2022년까지 바닷모래 골재 공급 비중을 대폭 줄이기로 한 가운데 이해관계가 얽힌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국토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남해 바닷모래 채취를 재개하려고 해수부와 내년 초 협의에 들어간다는 태도다. 내년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400만㎥를 채취한다는 구상이다.

    해수부는 요청이 들어오면 협의하겠지만, 채취 재개를 자동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그동안 의견이 갈렸던 채취 깊이 제한(10m)에 대해 부처 간 견해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는 점이다.

    정부는 28일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22회 국정현안점검회의를 열고 골재수급 안정대책을 심의·확정했다.

    국토부와 해수부는 골재업계와 수산업계 간 갈등을 빚었던 바닷모래 채취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2022년까지 총 골재 중 바닷모래 공급 비중을 5% 수준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2015년 기준으로 바닷모래 공급 비중은 벨기에 7%, 영국 5%, 일본 3.9%다.

    이를 위해 산림모래·부순모래를 확대하고 모래를 수입하는 등 골재원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신규 채석단지를 지정하거나 기존 채취장 허가물량을 확대해 산림모래를 증산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중 발생하는 암석을 골재자원으로 적극 활용해 부순모래도 늘려나간다.

    필요하면 모래를 수입한다. 5만톤급 모래선박을 댈 수 있는 부두도 확보할 예정이다.

    정부는 골재원 다변화를 위해 △산지 내 토석채취 제한지역 해제 △폐석분토사(미세 슬러지) 활용 △순환모래 품질기준 강화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중장기적으로는 암석, 폐건축자재를 재활용하는 순환골재 활성화, 천연골재 대체 자재 연구·개발(R&D)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노력에도 부족한 모래는 바다에서 채취해 충당한다는 원칙이다.

    당장 내년 초부터 서해 EEZ에서 남은 허가물량 800만㎥를 퍼 올린다. 올해 갈등을 빚은 남해 EEZ 등은 해역이용협의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국토부는 내년 초 해수부와 해역이용협의를 진행해 하반기부터는 남해 EEZ에서 연간 400만㎥의 바닷모래를 다시 퍼 올린다는 구상이다.

    남해 EEZ에서는 협의조건이 이행되지 않아 올해 3월부터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상태다.

    국토부는 바닷모래 채취와 관련해 선진국 수준의 관리 체계를 마련해 해양환경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바닷모래 채취 허가 때 지역별로 연간 채취물량 한도를 정해 난개발을 막겠다는 설명이다. 해양생태계 보호가 필요한 지역은 채취 금지구역·기간, 채취 깊이 제한을 두고 채취 지역 복구를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불법 채취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다. 채취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체계를 구축하고, 감시원 제도도 운용한다.

    바닷모래 채취 영향을 사전 검토하는 해역이용영향 평가와 관련해선 조사방법 등을 강화하고, 협의 절차도 강화한다.

    바닷모래 채취단지 관리를 현실화하기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더 부과하는 등 부담금 체계도 손질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해수부 등을 중심으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골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이해관계자들과 협의체계를 구축해 상생 발전해 나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국토·해수부 간 협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바닷모래 채취 감축 방향이 잡힌 만큼 내년 하반기 남해 바닷모래 채취 재개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반면 해수부는 협의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채취 재개를 동의할 수 없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특히 쟁점 사안인 채취 깊이 제한 기준을 두고 두 부처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해수부는 올해 협의과정에서 채취 깊이 제한 기준을 애초 해저면(원수심)으로 제기했다. 이후 국토부가 이의 제기 기간인 90일 이내 의견을 내지 않았으므로 국토부가 해수부 의견에 동의한 거로 본다.

    국토부는 견해가 다르다. 여전히 현재의 수심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0m 깊이 제한 기준은 명확한 지침이 없다. 그래서 견해차로 협의가 안 됐던 부분"이라며 "이의 제기 기간에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은 실질적인 내용(10m 깊이 제한)에는 문제가 없고 다만 기준선에 대한 해석상의 견해가 다를 뿐이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핵심 쟁점에 대해 견해차가 여전한 상황으로, 협의가 난항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주장해온 수산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4대강 준설토 등을 우선 사용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조사결과가 나오면 추후 협의하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수협 한 관계자는 "경기 여주시에 4대강 사업 때 퍼 올린 준설토가 2300만㎥, 덤프트럭으로 150만대 분량이 있다"며 "해마다 관리비용만 60억원에 달하고 주민 민원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데 내년부터 바닷모래 채취를 사실상 허용하는 결정 아니냐"고 질타했다.

    정부 대책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에 그치고 사실상 골재업계 손을 들어준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금까지도 부처 협의를 통해 바닷모래 채취단지의 물량을 정해왔음에도 불법 채취가 이뤄져 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2022년 바닷모래 비중 5%도 선진국이 지난 2015년에 이행한 수준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채취 비중 3.9%에도 못 미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