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자 퇴출위기에 내몰렸던 조선업계내 회생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자 퇴출위기에 내몰렸던 조선업계내 회생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 청와대


"이 힘든 시기만 잘 이겨낸다면 다시 조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이같이 언급하자 퇴출위기에 내몰렸던 조선업계내 회생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크게 앞섰던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역시 어차피 결론은 '생존'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섣부른 구조조정 시그널이 시장에 혼란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대목이다.


◇ 지방선거·일자리에 '발목' 잡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만큼 지역경제를 앞세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국정과제가 일자리인만큼 인원 감축·기업 청산이 열려있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선 업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플랜은 공개된 게 없다. 
큰 틀에서는 국책은행, 채권단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산업과 민간중심으로 전환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이다.

애초 지난해 12월에는 결론을 내기로 했던 성동조선의 생존 방안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올 1분기로 미뤄졌다. 

수출입은행 은성수 행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성동조선의 독자생존이 곤란한 경우, 정리 여부를 포함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과 2010년 첫 자율협약을 맺은 뒤 현시점까지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결단이 늦어지는 동안 부실 조선사의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추가 컨설팅을 받는 기간 동안 수주활동 및 금융권의 선수금환급보증 발급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 갈팡질팡 M&A 추진설로 시장 신뢰도 '뚝' 

성동조선과 STX조선 처리 방안을 두고 이른바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인수를 타진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민간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방침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일 조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서 "성동조선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서 "다른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부 측은 "조선 3사 CEO에 성동조선 이야기를 한 것은 맞으나 구체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성동조선의 경우, 지난달 급여가 나가지 못할 정도로 자금 환경이 좋지 못하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지난해 실사보고서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보다 파산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장관이 부실 조선사의 매각을 추진하는 동안 대통령은 조선사 회생 방안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대우조선을 방문한 자리서 "19억불 규모의 선박발주프로그램, 노후선박 교체 지원 보조금 등을 통해 민간 선사의 발주를 유도할 것"이라 약속했다. 

또 "정부는 LNG연료선 중심으로 일감을 확보하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면서 "쇄빙연구선, 밀수감시선 등 공공선박 발주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채권단 관계자는 "경제 논리로는 이미 (청산으로) 결론을 내렸을텐데 이렇게 가다가 결국 과거 정부처럼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부담을 떠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