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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밴(VAN)사를 건너뛰는 전표 매입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건너야할 산이 많다.
원인은 새로운 전표 매입시스템을 도입해도 계속 밴 업체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작 비용 절감분만큼 밴사에게 지불해야할 수수료를 줄이는 방법으로 조율할 계획이지만 밴 업체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지 의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알시스가 삼성카드와 롯데카드와 계약에 따라 자사 기술을 활용한 카드 전표 매입 시스템 준비를 마쳤다.
신한카드가 지난해부터 6만개 가맹점에 적용하는데 이어 삼성카드 등에 대한 개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을 완료한 것이다.
현재 삼성카드의 경우 새 전표 매입에 대한 테스트베드를 진행 중이다. 새 시스템 도입을 위한 일종의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알시스는 (삼성카드의) 새로운 전표 매입 시스템에 대한 개발을 끝내고 테스트 중이다"라며 "다른 카드사 등도 원하면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 개발은 끝난 상태다"고 말했다.
IT업체인 케이알시스의 기술을 이용하면 카드사들은 밴사를 거치지 않고 고객들의 전표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현재는 어느 점포(가맹점)든지 고객이 카드를 사용하면 고객용 전표와 전자문서화된 전표 정보가 발생되는데, 이를 한국정보통신이나 나이스정보통신 등과 같은 밴사들이 카드사를 대신해 가맹점으로부터 매출 전표를 거둬들이고 있다.
밴사는 전표를 수거한만큼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챙기는 구조다.
하지만 케이알시스의 데이터 캡처 기술을 활용하면 밴사에 내야 하는 비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표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밴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모바일을 통한 가능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간 업무단계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효율성을 높아졌지만 실질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카드사들이 케이알시스의 전표 매입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존의 밴사들이 대리점을 통해 깔아놓은 인프라는 그대로 활용하되, 전표 정보만 케이알시스에게 맡기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밴사와 밴대리점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밴 대리점협회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관계자는 "케이알시스에 전표 정보 처리를 맡겨 카드사가 5원을 수수료를 주는 대신 그동안 카드사가 밴사에게 지불해왔던 수수료는 깎겠다는 얘기"라며 "그렇다고 해서 밴사가 그동안 구축해놨던 시스템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표 정보 처리 과정만 케이알시스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밴사들이 전표 매입 업무를 카드사 대신 처리한 것도 가맹점들이 쓰는 카드단말기를 깔아 인프라를 갖춰 놨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여기에 카드사와 밴사의 협상이 더욱 난항을 겪는 것은 카드사들과 밴사가 1:1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16개 밴사에 공문을 통해 케이알시스의 전표 매입 시스템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똑같이 삼성카드와 계약했다 할지라도 밴사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각 사마다 일일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롯데카드도 최근 밴사 모두에게 공문을 보내 협상을 진행 중인데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1:1로 의견을 조율중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카드사와 밴 대리점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부담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를 논의 중"이라며 "협상에 임하는 주체로 잘되기 원하지만 카드사들과 논의하는 이슈가 전혀 시장 방향과 맞지 않다고 흘러가면 결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