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과세부터 거래소 폐지까지 미결정 사안 ‘뱉고 보기’지난해 9월부터 총 8번 회의 거쳤지만 오락가락 대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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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조정실 정기준 경제조정실장이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가상화폐 손실 책임은 투자자, 자신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15일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 및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가상통화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책임 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규제안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가상화폐를 범죄와 밀접한 투기적 요소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래소 폐쇄는 뿔난 민심을 고려해 결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한발 뺐다.
금융권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투기로 단정 짓고 가상통화 실명제를 시행하라고 하면 은행 중 누가 고객들에게 계좌를 열어주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계좌를 안 열어주면 거래를 끊겠다는 민원이 늘어날 게 뻔하다.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책임을 은행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했다.
금융권이 가장 크게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이 오락가락해서다. 가상화폐를 다룰 콘트롤타워가 매번 바뀌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단 것이다.
사실 정부는 지나해 9월부터 가상통화 관계기관 TF를 진행해 왔다. 당시 주도무처는 금융위원회였다.
9월 1일 첫 회의를 개최해 증권발행 형식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에 대한 처벌 방침을 정했다. 이어 같은 달 29일 모든 형태의 암호화폐 ICO 전면금지,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위한 유사수신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질주는 막지 못했다.
이후 12월 4일 TF 주무부처를 금융위에서 법무부로 변경했다.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 방안을 제안했지만 논의 끝에 보류키로 했다.
12월 13일 정부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미성년자, 외국인 거래 금지, 과세 검토, 가상계좌 본인 확인 등을 담은 긴급대책안을 발표했다.
이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서도 투기 광풍이 사그라들지 않자 금융감독원, FIU 등 감독기관이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강도를 더욱 높였다.
조금 진정세를 보이는 찰나 지난 11일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검토 중”이라며 기름을 부은 게 현재 화를 키운 셈이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 467만원에서 3개월만에 2200만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이 오히려 가격을 부추긴 꼴이 됐다.
국민들 역시 거래소 폐쇄에 대해 찬반이 엇갈려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규제보다 세밀한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세밀한 규제안은 사실 이전부터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7월 가상화폐에 대한 법령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금융전자거래법에 가상화폐 관련 판매, 구입, 매매중개, 발행, 보관, 관리 등 영업활동을 하는 자나 국내에서 영업으로 거래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이용자의 보호가 가능해야 하며 충분한 전문 인력과 전산설비 등을 갖추도록 명시했다.
이와 함께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가상화폐의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위해 가상화폐의 발행, 매매, 중개관리, 교환거래 등 구체적 사항과 지급명세서 제출을 의무토록 했다.
개정안은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 선택보다 거래소가 음성화되지 않고 건전한 투자 문화를 유도토록 금융위원회가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