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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롯데계열 물류사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지스틱스의 합병에 먹구름이 꼈다.
롯데는 현재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신 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와 해외사업 등 그룹과 계열사의 굵직한 현안들도 함께 발이 묶이는 모양새다.
롯데의 주요사업들이 올스톱 될 위기에 빠지자 물류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롯데글로벌, 로지스 간의 합병도 당분간은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롯데로지스틱스, 글로벌로지스라는 두 곳의 물류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롯데로지스틱스는 세븐일레븐 등 그룹 내 유통 물량을 주로 처리하는 2자 물류(2PL) 회사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포워딩 등 외부 물량을 주로 처리하는 3자 물류(3PL)사다. 롯데 글로벌의 경우 지난 2016년 12월 롯데에 인수돼 현대로지스틱스에서 이름을 바꿨다.
롯데글로벌의 경우 올해 초 그룹의 '뉴 롯데' 기조에 따라 롯데 출신 문영표 대표가 새 수장이 됐다. 현대 출신 이재복 전(前)대표를 대신해 경영 최전방에 서게 된 것이다. 롯데 출신 대표 교체 등 분위기 변화가 본격화 되자 양 사 합병에 대한 기대도 재차 높아졌다.
업계는 롯데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할 때부터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룹에 물류사를 두 곳이나 둘 필요가 없는데다가, 사업영역이 달라 합병 시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롯데글로벌은 롯데 품에 안긴지 두 달 만인 2017년 2월 롯데로지스틱스가 위치한 중구 세브란스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두 물류사가 한지붕 생활을 시작하자 양 사의 합병에 대한 업계의 기대도 커졌다. -
기대와 달리 본사 이전 후에도 합병에 관한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 관련 건으로 물류사 합병 이슈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엔 경영비리 재판이 일단락돼 양사의 합병이 다시 힘을 받나 했지만 갈 길이 멀다.
업계는 양사 합병이 물류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 사의 매출규모만 합쳐도 5조원에 가까워 물류 시장을 흔들 공룡이 탄생하는 격이다. 2016년 기준 롯데로지스의 매출은 3조1900억원, 글로벌의 매출은 1조6000억원 대다.
이는 연 7조원의 매출로 시장 내 독보적 1위를 점하고 있는 CJ대한통운과 경쟁이 가능한 규모다. 택배 등 주요 시장에서 간발의 차로 2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을 쉽게 따돌릴 수도 있는 규모다. 지난해 기준 한진의 잠정 매출은 1조8000억원 대로 2조원에 살짝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측에서도 합병 시 발휘할 시너지 등을 고려해 통합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오너 구속 등 경영관련 빅이슈로 당분간은 속도를 내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