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등 해외사업부 인력 재배치 '골몰'대형사들 공기 넘긴 수주잔액 3조원 '육박'
  • ▲ 자료사진. 기사와 무관. 우즈베키스탄 날리마잔 900㎿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현대건설
    ▲ 자료사진. 기사와 무관. 우즈베키스탄 날리마잔 900㎿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현대건설


    대형건설사들이 해외건설 부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인력 재배치에 고심하고 있다. 2016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대림산업 플랜트 사업부문이 창사 이래 첫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가하면 순환근무나 신규채용 중단 등이 단행되고 있다. 해외사업장에 대한 리스크 지속과 신규수주 부진 등으로 해외사업 부문에 대한 셈은 앞으로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 직원 1500여명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지난해 신규수주 부진 때문이다. 지난해 대림산업은 플랜트 부문에서 2781억원을 신규 수주하는데 그쳤다. 전년 2조7549억원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수주잔액 역시 2016년 말 7조347억원에서 3조869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대림산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하는 이번 무급휴직은 의무적으로 실시하면서도 추가기간에 대해서는 최대 6개월 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임원급여 자진 반납, 플랜트사업본부가 사용 중인 서울 종로 D타워 사무공간 축소 등 비용 절감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리해고 수순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플랜트 부문 유휴 인력의 고용 보장을 위해 회사 측에서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뿐만 아니라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강점을 보여 온 다른 대형사들도 관련 인력을 축소하거나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리스크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에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매각작업이 불발된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돌발 부실 가능성 등에 대비한 조처로, 현장 실태 파악을 거친 뒤 결과에 따라 인력 또는 해외사업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또 최근 3년 동안 플랜트 부문 신규채용도 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비중이 줄어든 국내 석탄발전 등 전력사업 부문 인력을 해외 플랜트 사업부로 통합하는 한편, 해외사업장이 늘어난 현대엔지니어링과의 인력 교류를 통해 잉여 인력을 해소하고 있다.

    현재 UAE 원전·우즈베키스탄·베네수엘라·이라크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이들 현장이 마무리되면 해외 플랜트 인력에 대해서도 추후 인력 재배치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플랜트가 주력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몇 년간 플랜트 부문 채용 인원을 대폭 줄였다. 2015년 3분기 6400여명이던 직원이 지난해 3분기 4950명으로 줄었다. 2년새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이탈한 셈이다.

    삼성ENG는 2015년 조 단위 적자가 나자 위기 상황 극복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씩 무상 순환휴직을 시행했으며 임원은 휴직 업이 급여 1개월 치를 반납했다.

    지난해 4분기 이집트 ERC 현장에서 손실이 발생한 GS건설이나 SK건설 등도 채용 동결, 인력 순환배치 등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 동안 플랜트 부문 직원을 20%가량 감축했다.

    대형건설 A사 고위 관계자는 "순환 휴직, 희망퇴직, 저성과자 퇴출 등의 형식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플랜트 사업이 골칫덩어리가 된 데에는 △출혈 경쟁에 따른 사업성 저하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발주 감소 △기술 부족에 따른 우발채무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플랜트 사업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5년께다. 정부 규제로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당시 고유가에 힘입어 중동 국가들의 발주도 늘면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국내 건설기업끼리 출혈경쟁을 하면서 일부 건설사들이 어닝쇼크와 빅배스를 거듭하는 등 부실이 포착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해외건설이 호황이라고 했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수주할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지역 발주마저 줄어들어 매출을 유지하기도 어렵게 됐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90억달러로, 2016년 281억달러에 이어 2년 연속 300억달러를 밑돌았다. 해외수주액이 300억달러를 2년 연속 하회한 것은 2005년 108억달러·2006년 164억달러 이후 118년 만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 심화와 중동 지역의 재정 불안으로 대형 발주가 소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연초 해외수주가 늘고 있지만, 올해 목표인 300억달러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나 플랜트의 경우 건축과 달리 공사가 끝나더라도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공사비를 못 받거나 대규모 지체보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 건설사의 납기일 초과 수주잔액은 모두 2조8248억원 규모이며 납기일 초과 미청구공사액 및 미수금도 91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대부분 해외사업 정밀진단으로 올해 준공예정인 사업장의 손실 여부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며 "다만 준공 직전 부품 결함, 시험운전 하자와 같은 이유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손실이 날 수 있는 만큼 해외사업장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사업다각화와 시장다변화는 물론, '일단 따내고 보자'는 식으로 외형만 확장해온 부실 해외사업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해외수주 감소에 따라 매년 제기되는 시장 다변화, 금융경쟁력 강화 등 관련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며 "건설사 차원에서도 시공뿐만 아니라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 역량 강화에도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