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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조는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에 동의하지 않고 파업을 강행해 공멸의 길을 자초할 것인가.
9일 금호타이어 노조는 광주공장의 경우 오전 10시30분~오후2시30분, 곡성공장은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외매각 반대를 주장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도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1조3000억원의 채무 상환을 1개월씩 유예해 준 것도 더 이상 허락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중형조선소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성동조선해양은 5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TX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16척에 달해 내년 3~4분기까지는 일감이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성동조선의 청산가치(7000억원)는 존속가치(2000억원) 보다 세 배 이상 높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다. STX조선은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다소 높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결정을 내렸고, STX조선에 대해서는 한달 간 유예기간을 주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키로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논리나 감정적인 것이 배제되고 순수하게 경제논리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을 경우 법정관리를 통해 청산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실사 결과, 존속가치(4600억원)보다 청산가치(1조원)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채권단 입장에서 이대로 끌고 가는 것보다는 청산해서 1조원이라도 건지는게 낫다는 얘기다.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채권단의 선택은 불보듯 뻔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노조가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수할 기업이 없다”며 “자구계획이 만족할 수준이 아니면 회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단이 1개월 채권 만기 상환을 유예해준 기간이 끝나면 법원의 절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즉, 노조가 이달말까지 사측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도 노조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종호 회장은 지난 6일 임직원들에게 "금호타이어는 현재 심각한 적자 누적과 유동성 고갈로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다"며 "자력으로는 경영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효성 있는 자구안 마련과 건전한 외부 자본 유치 및 채권단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이 조속한 시일 내에 노사 합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회사의 생존과 정상화를 위해서는 채권단이 제시한 이달말까지 외자 유치 동의서가 포함된 자구안을 협의하고,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며 "자구안은 해외 매각과 별개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경영정상화 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음 행보를 이어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2일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6463억원에 더블스타한테 매각키로 결정했다. 투자 형식으로 이뤄지며 더블스타는 투자액의 5%인 323억원을 계약금으로 선납하고, 시설 투자금 목적으로 2000억원을 넣기로 했다. 아울러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고용을 3년간 보장키로 했다.
이제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를 새주인으로 받아들이고 경영정상화에 적극 동참할지, 아니면 성동조선처럼 법정관리를 통해 청산 절차를 밟을지 선택해야 한다. 조속히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금호타이어가 살 수 있는 길이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2009년 12월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5년만인 2014년 12월에 벗어났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동의로 채권 상환 유예 및 금융 지원이 이뤄지며, 감자나 출자전환 등 기존 경영진과 주주들도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반면 법정관리는 부도 및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법원이 청산할지, 회생시킬지 결정한 뒤 청산 결정이 내려지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청산하고 회사는 없어진다. 회생절차 결정이 내려지면 법정관리인을 통해 법원이 회사를 경영하고 자금 등을 관리한다. 청산가치가 높은 금호타이어는 전자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