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전망 악화… 채용규모 줄이거나 계획 유보
  • ▲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한 한 채용정보 박람회. ⓒ연합뉴스
    ▲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한 한 채용정보 박람회. ⓒ연합뉴스


    본격적인 대기업 신입 공채시즌이 시작됐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고용한파가 불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 따른 부동산경기 전망 악화와 해외사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절반 이상이 상반기 채용 규모를 확정짓지 못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포스코건설·GS건설·SK건설 4곳만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내놨다. 절반 이상은 구체적인 계획은커녕 하반기 채용여부도 불확실하다.

    삼성물산은 그룹 공채일정에 맞춰 지난 14일부터 서류접수를 받고 있다. 내달 15일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5월 면접을 거쳐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퇴직자·신사업 분야 등 인력순환을 고려해 채용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는다.

    삼성물산 측은 "보통 상·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 지난해에는 하반기에만 뽑았다"며 "올해는 상반기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채용인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70여명을 채용한 포스코건설은 올해 상·하반기로 나눠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상반기 공고는 4월 초 낼 예정으로,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2016년 25명에서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입사원 채용을 3배가량 늘렸다.

    지난해 18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GS건설은 지난 2월 상반기 공채 서류전형을 진행했고, 1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하반기 상황에 따라 추가채용할 계획으로, 연간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20여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일부터 서류접수를 시작한 SK건설은 전환형 인턴으로 상반기에 50여명을 뽑는다. 이들 중 최종입사를 희망하는 우수인재를 정규사원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SK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35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바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인턴기간 업무역량을 판단해 일부를 하반기 중 신입사원으로 정식 채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외 대형사들은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채용인원을 줄이는 회사도 상당수다. 4년여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하반기로 나눠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해왔지만, 업황이 위축되면서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반기 공채일정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채용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ENG 경우 채용인원을 2016년 97명에서 지난해 57명으로 줄였다. 현대건설도 같은 기간 채용규모가 70여명 수준에서 60여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6년 40명을 뽑았지만 지난해에는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회사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 프로젝트가 마무리돼야 신규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8명을 채용한 대우건설의 경우 올해 매각에 실패하면서 일각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이와 무관하게 하반기 채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채용계획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70여명을 새로 뽑았는데 올 상반기는 채용계획이 없다. 다만 업황 변화에 따라 하반기 채용은 검토될 수도 있다. 지난해 50여명을 채용한 롯데건설도 올 상반기 채용시기와 인원이 확정되지 않았다.

    대림산업 측은 "전반적인 대내외 상황을 검토한 뒤 9월께 채용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사들이 신규인력 채용에 소극적인 것은 주택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와 대출규제·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그나마 실적을 견인했던 주택사업도 이제는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저유가 지속으로 해외수주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것도 인력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해외수주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건설사 채용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올해 전체 주택공급 물량의 60%가 분양되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불황기에 접어들 것"이라며 "해외사업장에서 플랜트부문 등의 손실이 커 중동지역 등에서의 발주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실적하락과 채용인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