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교수 사외이사 선임 불발로 노동이사제 도입 무산신임 사외이사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등 3명 선임 통과윤종규 회장 "채용비리 논란 송구…성실히 조사 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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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과 정관 변경안이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고배다.앞서 국민연금과 ISS가 노조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예정된 수순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노사 갈등의 골은 쉽게 풀리지 않는 양상이다.◆주주 반대 부딪힌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노동이사제 좌절KB금융지주는 23일 국민은행 본점에서 제1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노조 제안 2개 안건 외 6개 안건을 모두 상정했다.이날 가장 뜨거운 쟁점은 KB국민은행지부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제안한 안건이다.노조는 공직 및 정당활동 인사의 퇴직 후 3년간 이사 선임을 제한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과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안을 올렸지만 모두 불발됐다.사외이사 선임안은 출석 주식 수 79.43% 대비 주주 찬성률 4.23%, 정관변경안은 각각 4.29%, 31.11%에 그쳤다.사외이사 선임의 가결 정족수는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정관변경의 경우 의결권 주식수의 3분의 1 및 출석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부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KB금융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노조 제안 3개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냈고, 세계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도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안 중 한 건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KB금융도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노조 제안 안건을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표결되지 못했다.주총 안건 상정 전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소수주주 안건과 이사회 안건은 동일한 목적사항인데도 별도로 임의 상정한 것은 법이 보장하는 주주들의 경영참여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가 노조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으려다가 금융위원회의 질타에 어쩔 수 없이 상장하고 별도 안건으로 올린 것"이라고 질책했다.그러면서 "사측은 소수주주를 탄압하는 행위를 했다"며 "현재 KB금융은 지배구조, 회장 셀프연임, 채용비리, 고용차별 등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공정한 조직을 운영해야 할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만큼 이사회 전원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에 윤종규 회장은 "자본시장법을 보면 이사회는 주총 안건에 대해 전체 주주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반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KT&G, 롯데, GS, 삼성 등에서 반대표명 사례가 있다"고 일축했다.노조 제안 안건을 별도 상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진행과 의사결정을 위해 주주들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하려고 개별 상정한 것"이라며 "안건 상정 과정에서 정식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노조 측도 일정 부분 잘못을 제공을 했다"고 말했다.이날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선우석호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남부제일 변호사 등 3명이다. 기존 사외이사인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등 3명은 1년 연임됐다.이밖에도 2017년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과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통과됐다.◆채용비리 일파만파…윤종규 회장 "성실히 조사 임할 것"이날 주총 현장에는 안건과 상관없는 채용비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노조는 "주총 의장인 윤 회장이 행장 역임 당시 채용비리 건으로 해당 인사담당자는 구속됐고, 일선 영업현장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욕을 받고 있다"며 "윤 회장은 의장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에 윤 회장은 "3년간 나름대로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위해 노력했고, 신입 행원 채용시 지역별 우선채용제도나 블라인드 면접 등 다른 은행보다 선구적으로 실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에 휘말려 송구스럽다"고 답했다.윤 회장은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별히 언급할 만한 부분은 없다"며 "KB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향후 수사결과를 지켜보면서 충분히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현재 국민은행은 최고경영진 등 20명으로 된 VIP 리스트를 관리하며 이들 친인척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여기에 더해 채용 성차별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2015년 상·하반기와 2016년 하반기 신규채용 당시 특별한 이유 없이 남여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 등급을 올려준 혐의다.한편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일반 소액 주주들은 주총과 관련없는 노조의 발언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