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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3년 연임에 성공했다.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유창근 사장은 "친환경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가 빠르면 내달 중으로 예상된다"며 양적 성장과 수익성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 사장은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를 돌아보면 현대상선이 조금씩 성장하고 도약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2020년 환경규제 대비와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서 글로벌 톱클래스 해운사로의 도약이 가시화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삼정KPMG와 신용보증기금,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는 지난달 말 유 사장의 유임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서면 동의서를 현대상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추천위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서 나머지 위원 1명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유 사장의 유임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이날 주총에서 유 사장의 연임이 최종 확정되면서 임기는 2021년 3월까지 늘어나게 됐다.
유 사장은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2014년 인천항만공사를 거쳐 2016년 9월 26일 현재 자리에 올랐다. 이후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화주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유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도 "유창근 사장은 30년 이상 회사에 다닌 만큼, 어떻게 하면 현대상선이 흑자전환 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더 기회를 드리겠다"며 유 사장의 연임에 찬성했다. 유 사장도 "미약하게 나마 한국해운의 자존심과 위상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4월부터 아시아~북유럽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의 '해운재건 5개년계획'이 발표되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친환경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도 예상된다.◆주가하락에 따른 주주 반발…유창근 "주식 추가 매수 예정"
이번 주총에서는 지속적인 영업적자와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걱정도 이어졌다. 현대상선 주주동호회 카페 회원들은 주총 전부터 '회사의 적극적인 경영정상화 노력을 응원한다'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주총장 안에서도 '졸속적인 감자증자, 개미들은 울고있다', '적자지속 자랑이냐? 유창근과 산업은행은 각성하라', '말로만 해운강국, 산업은행 각성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현대상선 주주동호회 카페 매니저인 홍이표 씨는 "유상증자 이전에 보유한 주식이 300여주에 불과했던 것으로 안다"며 "지난 몇 년간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 대표이사로서 부끄럽지 않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회사는 자본잠식률 굉장히 큰다"며 "만약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가진 1조원 이상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저희 같은 소액주주들에게 희생적 결단 내릴수있는지 묻고싶다"고 물었다.
이에 유 사장은 "주주 여러분이 보시기에 부족해보이지만, 향후 여력이 될때마다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예정"이라며 "올해 경제성장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할 경우, 3분기에 영업이익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에 대해서는 "전환사채에 대한 의사결정은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이 자리서 말하기 어렵다"며 "자본잠식률이 주주님들 걱정할 수준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부터 받은 대규모 투자 제안과 관련, "블랙록과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세계 유수 투자기관이 현대상선에 투자 검토해 협의 한다는 자체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전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안을 보류시킨 것은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부담되는 조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산업은행은 우리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산업은행이 의도적으로 투자를 반대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현대상선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외에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변경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지금까지 재임 기간에 따라 퇴직금 지급 비율을 사장의 경우 4배수, 전무와 부사장은 3배수, 상무와 상무보는 2.5배를 적용해 왔는데 모든 임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2배수로 낮췄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창근 사장의 경우 퇴직금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총 7명의 사내·외이사 보수한도도 기존 25억원에서 20억원으로 20% 축소했다"며 "고통분담을 통해 회사를 하루빨리 정상 궤도로 올려놓겠다는 임원진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