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맞는 이사 표 몰아주기 가능… 경영권 '휘청'엘리엇 등 헤지펀드, 현대車 자회사 임원도 바꿀 수도



정부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또 추진하기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13년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재계는 이 법이 투기세력이 기업 경영을 간섭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도 개정안이 대주주를 견제하는 측면이 크게 부각되고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국회에 '상법 일부개정안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국회 법사위원회에 심의중인 의원안 13건에 대해 법무부가 지난해 말 상법특별위원회를 열고 검토한 결과를 담은 의견서다. 

먼저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도입 대상 기업으로 총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를 꼽았다. 최소 0.5%나 1%이상의 지분을 가진 소수주주는 기업이 여러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몽땅줄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주주총회에서 이사 4명을 선임할 때는 각각에 찬반투표를 1주 1표로 진행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에 따라 4명 선임 때 1주당 4표가 주어져 1인에게 4표를 던질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엘리엇과 같은 해외 헤지펀드사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에 앉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법무부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방식에 대해서도 감사위원 1인을 따로 선출하는 나머지는 현행대로 선출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현재 기업들은 주총서 선임한 이사 중 감사위원을 뽑고 있다. 

또 감사는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이를 선출할 땐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하도록 제안했다. 

법무부 안을 적용하면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은 별도로 선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즉, 소액주주가 원하는 감사위원의 선출이 가능해진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보안이 걸린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집중투표제보다 더 헤지펀드 등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논란거리다.

모기업의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법무부는 자회사 지분 비율이 50%를 넘으면 모회사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해당 권리를 주는 안을 제시했다. 특히 모회사 지분을 보유한 주주를 상장 0.01%, 비상장 1%로 삼아 만일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엘리엇이 현대자동차 계열사에까지 소송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법무부가 5년 만에 상법 개정안을 다시 끄집어 낸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법개정안을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하는 측면만 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폐지된 제도를 뒤늦게 도입해 되레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주주가 경영을 잘못하면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가야지 권한 행사를 못하게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를 안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해외에서도 안하는 제도를 실험하듯 도입하는 것은 시장을 혼란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